최근 KT 롤스터를 보면 파죽지세(破竹之勢)라는 말이 실감난다.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서진우)가 주최하는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의 1라운드가 끝났다. 그 결과는 KT의 압도적인 성적이다.
KT는 1라운드 최종 성적에서 10승 1패를 기록했다. 단연 1위다. KT는 특히 1라운드 마지막 주에서 하이트 스파키즈와 STX 소울 등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강팀들을 3 대 0으로 완파했다. 6연승의 가도다.
KT는 하이트와의 경기에서 김재춘과 박재영 등 출전 횟수가 적었던 선수들을 내보내면서도 손쉽게 승리했다. STX전에는 종족별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테란 이영호와 저그 박찬수, 프로토스 우정호가 나와 10승째를 거둬들였다.
지난 시즌에 아깝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KT가 초반 4연승을 달릴 때까지도 주변의 시선은 반신반의했다. 한 번 패배 후 다시 6연승으로 승률이 무려 91%다. 31세트를 이겼으며 진 세트는 10개에 불과하다.
KT 연승 행진의 중심에는 이영호와 우정호가 자리잡고 있다. 이영호는 올해 11승 1패를 기록, 다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테란전 17연승, 저그전 8연승 등 각종 연승 기록을 이어가며 데뷔 이후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우정호 또한 이영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올 시즌 7전 전승을 기록 중인 우정호는 KT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프로토스의 부진을 모두 씻고도 남을 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같은 종족 간의 경기나 테란전, 저그전 모두 고른 기량을 보유하면서 KT의 연승 행진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지훈 KT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작년 플레이오프 탈락 후 스토브리그 내내 와신상담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스토브리그를 거치면서 코칭스태프를 강화하고 연습시스템을 완전히 바꾼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목표는 우승이다. 샴페인은 나중에 터뜨려야 하지만 이 감독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규리그에서 2위 정도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KT의 연승 외에 1라운드에서 주목할 만한 일은 공군 에이스의 분전이다. 1라운드 막바지에 공군은 웅진 스타즈를 잡아내면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공군은 1200여일 동안 프로리그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차재욱이 웅진 정종현을 꺾으면서 공군 입대 후 첫 승의 감격을 안았다. 민찬기가 한상봉을 제압하면서 에이스 결정전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오영종이 윤용태를 접전 끝에 잡아내며 공군은 1라운드를 2승 9패로 마감했다.
공군의 새 사령탑으로 첫 경기를 치른 박대경 감독은 데뷔하자마자 승리했다. 공군은 삼성전자 칸보다 세트득실에서 앞서면서 1라운드를 11위로 마감했다.
전통의 명가 삼성전자 칸의 몰락도 이슈다. 삼성전자는 12개 팀 가운데 최하위에 랭크된 채 1라운드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열린 MBC게임 히어로와의 경기에서 에이스 송병구가 2패를 기록하면서 무너진 게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을 대변해준다. 1라운드에서 출전하는 선수들마다 승패의 불균형이 나타나며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송병구가 무너지면서 최악의 라운드를 보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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