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골퍼의 변신

 요즘 타이거 우즈의 체면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간통죄가 없는 미국에서야 불법은 아니라지만 스캔들에 휘말린데다가 가정 불화로 추측되는 교통사고까지 일으킨 처지라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형편이 아니다.

 일단 필드에 나서면 냉정·침착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한 자기통제 능력을 보여주던 타이거 우즈였는데 필드를 떠나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또 다른 자아가 슬그머니 그 자리를 차지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생활과 필드에서의 성격 변화는 우리 같은 주말 골퍼들도 흔히 경험하게 된다. 평소 회사 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냉정·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이 필드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냉정·침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만 자기 본업을 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 예를 들면 수술을 많이 하는 외과 전문의·공인회계사·판사·변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골퍼가 라운딩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와는 딴판인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볼이 해저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는 샷을 하고도 다른 볼을 준비하지 않은 채 해저드 근처를 뒤지다가 결국 못 찾고 캐디에게 볼을 달라고 한다든지, 핀에 가까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을 때 냉정·침착하게 일단 탈출을 하겠다고 판단하지 않고 어떻게든 핀에 붙여서 파를 잡으려고 스윙 크기를 줄였다가 벙커 탈출조차 못 하고 보기로 막을 수 있는 홀에서 터무니 없는 트리플 보기를 한다.

 또 티샷 실수를 3번 우드로 일거에 만회하려고 하다가 또 뒤땅을 치는 바람에 오비도 안 난 홀에서 더블파를 한다든지 냉정·침착하기만 하면 큰 피해 없이 보기 정도로는 막을 수 있는 홀에서 감정에 치우친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트리플보기, 더블파를 기록한다.

 반대의 예도 있다. 평소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덜렁거릴 것만 같은 영업통 친구 하나는 필드에 나서기만 하면 몰라볼 정도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호쾌한 페어웨이 우드 샷은 기대할 수 없다. 본인 말로는 오비나는 꼴이 싫어서 페어웨이 우드는 아예 집에 두고 다닌다고 한다. 벙커 너머에 핀이 꽂혀 있으면 아예 벙커가 없는 반대쪽 그린으로 아이언 샷을 때린다. 계산과 전술로 똘똘 뭉친 컴퓨터 골퍼가 돼 버린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평소 성격과 필드에서의 모습이 다른 때가 상당히 많다. 어느 쪽이 진짜 성격인지 알 수 없게 된다. 타이거 우즈의 예도 그런 모양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필드에서의 타이거 우즈 모습만을 기억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대범하게 넘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