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인터넷 혁신을 이유로 영국 정부의 저작권 보호 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구글, 페이스북, 야후, e베이 등은 2일(현지시각) 로드 맨델슨 영국 비즈니스혁신기술부 장관 앞으로 ‘디지털경제법(Digital Economy Bill)’의 불합리 조항 삭제 요구 공개서한을 보냈다. 디지털경제법에는 정부가 저작권 규정을 자의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특별권한 부여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공동 서명한 서한을 통해 “정부가 저작권 규정을 임의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례없는 전면적인 권력을 줄 수 있는’ 법 조항에 반대한다”면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17조의 삭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문제 삼는 17조는 ‘저작권, 의장, 특허권에 관한 법(Copyright, Designs and Patents Act 1988)을 온라인 저작권 위반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수정할 수 있는 권력’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런 과도한 권력이 인터넷 분야의 혁신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강경한 어조로 표현했다. “이 조항은 너무 광범위해서 미래 혁신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합법적인 인터넷 이용까지 막을 수 있다”며 “소비자와 산업계에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정부가 국가 IT발달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 브리튼’계획에 오히려 위협이 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영국 노동당, 자유당과 시민 단체 등도 “법 조항의 모호함이 권력을 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그 조항이 ‘온라인 저작권법의 미래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론자의 요구를 일축했다. 비즈니스혁신기술부 대변인은 “법안은 반드시 기술을 따라가야 한다. 미래에 불거질 새로운 저작권 위반 사건에 대해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팀스 영국 재무장관 역시 “저작권, 의장 및 특허법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기존 법으로 단속할 수 없었던 온라인 저작권 침해 사건들에 대해 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에 저작권 보호강화를 주장해온 음반사와 콘텐츠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어 반대하는 쪽과 지지하는 쪽 양측의 대립은 한층 격화되는 분위기다.
한편, 영국 정부가 제출한 디지털경제법안은 이날 상원에서 두번째로 논의됐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