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 - 권혁창 SK건설 상무

[CIOBIZ+] Innovation Leader - 권혁창 SK건설 상무

최근 컨설턴트 출신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은 컨설턴트 재직 시절 수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해당 기업이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IT 기반의 혁신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등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건설 권혁창 상무도 그런 인물 중 한명이다. 권 상무는 20년 넘게 컨설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2008년 7월 그는 고객으로 인연을 맺었던 SK건설의 CIO로 부임했다. 그가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다양한 기업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컨설팅 업계의 베테랑이라는 점을 SK건설측이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에서 프로세스혁신(PI)과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대형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권 상무는 SK건설 설립 이래 최초의 CIO다. 그가 입사한 시점은 SK건설이 신규 IT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때였다. 신규 투자는 대부분 SK건설의 최대 비즈니스 이슈인 ‘글로벌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글로벌화는 단순히 해외 프로젝트를 많이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SK건설이 해외에서도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인도·중국 등 여러 거점지역을 대상으로 엔지니어링에서부터 기자재 구매, 건설까지 필요한 업무를 현지에서 모두 총괄할 수 있는 미니 EPC(Engineering, Procuement, Construction)센터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즉 컨트롤타워만 한국에 두고 지역 본사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추는 전략인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운영이 확대되고 다양한 유형의 대형 프로젝트가 증가함에 따라 CIO로서 권 상무의 첫 과제도 원가경쟁력과 시장분석 능력 등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지사·지점·현장에서 중구난방으로 운영되고 있던 IT 자원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권 상무는 “고객사 대부분이 국영석유회사 등 규모가 엄청날 뿐 아니라 고객의 눈높이도 상당히 높은 회사들”이라면서 “때문에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를 기반으로 한 표준화된 솔루션 도입을 회사 차원에서 중요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건설은 글로벌 표준화된 시스템 도입의 일환으로 지난해 재무 회계 부분에 SAP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해외 지점까지 이를 확대 적용했으며, SAP ERP를 기반으로 국제회계기준(IFRS)도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건설업의 업무 특성상 전사 영역에 걸쳐 ERP 패키지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신중을 기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권 상무는 지난 7월 올해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통합구매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여기에도 재고관리 부분은 SAP 솔루션을 적용했다. 단, 외부 사용자인터페이스(UI)부분은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조달협업 부분은 해외 사업장과 웹으로 통신해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응답속도가 빠른 엠로의 스마트스위트 솔루션을 적용했다. 이 통합시스템은 내년 5월에 오픈할 예정이며, 총 50억원 이상이 투자된다.

 권 상무는 “내년에 오픈하는 통합조달시스템은 구매계획 대비 실적 관리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발주가 지연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SK건설은 올해 관훈동 사옥에 있던 전산 센터를 SK C&C의 대덕 데이터센터로 이전하면서 대대적인 서버 통합 작업도 진행했다. 가상화 기술을 통해 통합 가능한 윈도서버 50여대를 4대로 줄였다.

 이 외에도 SK건설은 플랜트 사업부문의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한창 업그레이드 중이며, 토목 분야의 공사관리시스템도 개선하고 있다. 그룹웨어도 전면 재구축해 오는 12월 오픈할 예정이다. 기존 IBM 로터스 노츠에 대한 유지보수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 세어포인트서버로 그룹웨어를 교체했다.

 권 상무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다양한 시스템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원가관리시스템과 인사관리시스템 등을 재구축할 계획이며, 2∼3년내에 지식관리(KM)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도 전면 재구축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는 CIO로 임명되자마자 정보기획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운영 제도를 개선했다. 그가 정한 정보기획실 운영 일반 원칙은 △3년후를 본다 △끊임없이 관리 수준을 높인다 △맡기지 말고 주도한다 △성과물과 기한을 계획하고 지킨다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시스템 구현이나 운영 등에 대해 방향성과 원칙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이런 운영 원칙을 적용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을까. 올해부터 SK건설의 정보기획실은 투자안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난 뒤 현업담당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체제로 변했다. 기존에는 현업에 IT 투자계획을 요청하는 설문을 보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권 상무는 “단위 부서의 시각이 아닌 전사 시각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서 “향후 경영 환경을 예측해서 미래 시점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SK건설의 첫 CIO를 맡으면서 정보기획실 직원들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이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주고픈 게 그의 생각이다. SK건설의 정보기획실은 크게 정보기획팀과 IT지원팀으로 나뉜다. 그는 IT예산과 구매, 계약 등을 담당하는 정보기획팀의 인력은 행정전문가로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고 IT지원팀은 현업 업무를 보다 더 전문적으로 파악해서 현업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는 IT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비즈니스 관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의 정확한 비즈니스 전략을 기반으로 3년 후의 전망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서야 이에 맞는 IT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권 상무는 “IT 본질은 기업 경쟁력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관점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권 상무가 오랜기간 컨설턴트로 일해오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점이기도 하다. 어떤 시스템을 구현하더라도 비즈니스 기대 효과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 상무는 20여년 넘게 컨설턴트로 지냈던 경험이 지금 SK건설의 신규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전사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여느 CIO와 마찬가지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한다. 끊임없이 비즈니스와 IT의 정렬을 도모해야 하는 CIO로서 권 상무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SK건설 권혁창 상무는

1984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그해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1985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관리 컨설팅 서비스 조직에서 IT 마스터 플래닝과 IT분석 및 설계 작업 등을 담당해 왔다. 1992년 KPMG로 이직해 회계제도 컨설팅을, 2000년에는 액센츄어에서 프로세스 혁신과 ERP 관련 컨설팅 업무를 각각 8년간 맡았다. 이후 2008년 7월 SK건설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