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몇 가지 폐해들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실제로 녹아내리기 시작한 북극해의 만년 얼음층, 그린란드와 남극의 얼음층, 북극의 영구동토층은 몇몇 도시는 물론이고 국가들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것이며, 수천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간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을 흡수해 왔던 숲과 바다가 ‘피로’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그 대책 마련도 시급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쯤되고 보니 최근 세계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덴마크 코펜하겐에 집중되고 있다. 1997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마련된 교토의정서가 2012년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UN) 기후변화회의가 오는 18일까지 12일간 펼쳐지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심각한 지구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 이번 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방안을 협의할 수 있기를 오래 전부터 희망해 왔다. 반면에 당장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하면 단기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에 협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반갑게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9일 회의 참석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중국이 이번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으며, 일본도 기후변화에 대한 약속을 한 차원 높이기로 공약했다. 이 밖에도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던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제시하는 등 세계 지도자들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되며 성공적인 회의 개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IT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반가웠던 소식은 이번 회의가 IT 부문의 협업 기술을 근간으로 세계 각국 대표단들의 이동을 최소화해 친환경 노력을 실천하는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덴마크 정부 주도 아래 마련된 최첨단 영상회의 시스템 텔레프레즌스와 오디오, 웹 콘퍼런싱 등의 IT·서비스가 코펜하겐 대표단과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장거리 여행에 쓸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소모 없이, 또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원격지에서 기후변화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돕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린 IT 열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에너지 효율성을 일부 개선한 신제품이나 기술을 앞세우는 정도가 대부분이라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IT를 근간으로 전혀 새롭게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게 한 시도라니 IT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IT 업계는 고속성장을 멈춘 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최근 지구 환경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IT 때문에 발생되는 8억3000만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새로운 골칫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나는 이번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와 때를 같이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정치적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는 세계 각국 정부만큼이나 IT 업계도 새로운 결단을 촉구해야 할 때인 듯 싶다. IT의 가능성을 친환경 지원을 이용해 다각적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을 방안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똑똑하고 효율적인 IT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 도입되는 영상회의시스템인 ‘텔레프레즌스’를 일례로 살펴보자. 이 제품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비디오 기술을 인터넷 기술과 접목시킴으로써, 기업들이 기존의 인터넷 회선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협업은 강화할 수 있게 도와 시장에 새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친환경 IT 제품으로 호평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또 IP 기반의 지능형 통합 건물관리 시스템 역시 폐쇄적인 빌딩 시스템을 IP 플랫폼과 접목시켜 지능을 더한 빌딩 시스템으로서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과거 빌딩 시스템은 통합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확장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IP 기술을 접목하면 지능적인 관리가 가능하면서 에너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으며, 사용자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따라 확장, 조율도 용이하다.
이 밖에도 기존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전기 공급업체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전력 공급 과정에서 발생되는 에너지 손실을 막아 효율 최적화를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선택·공급받게 해 비용절감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똑똑한’ 지능형 전력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IT가 과거엔 인간의 편의를 도모하는 데나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왔다면 이제는 지구를 지키는 기술로 부가가치를 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IT업계의 부단한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2020년 IT 운영으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억톤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IT 업계가 지구 지키기를 위해 새롭게 힘을 모은다면 IT로 감축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78억톤 규모로 5배 이상의 투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을 넘어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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