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9년 자치정보화대상 경진대회는 한마디로 불꽃튀는 경연의 자리였다. 전국 자치단체로부터 접수된 54개 사례 가운데 6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본선에 오른 9개 우수 사례는 쉽사리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하나같이 나름대로의 특성과 열정이 듬뿍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번 행사와 유사한 대회를 수년간 지켜봤지만, 자치단체의 능동적 참여와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15년 전쯤이었던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늦을 수 없다는 취지로 ‘중앙의 외침, 지방의 침묵’이란 제하의 글을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날 소감은 한마디로 중앙에서 본 받아야 할 만큼 지방의 열정과 역량, 그리고 창의가 돋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청주시의 ‘복합민원 사전심사 u 지원서비스, 民박사’는 각급 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구현된 행정정보시스템 중에서 민원신청 이전 단계에서 민원인이 겪는 수많은 고충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시의 ‘民박사’ 시스템은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구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복합민원 프로세스에서 가장 시간이 지연되는 사전심사 및 적법성 검토 과정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업무의 생산성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민원인의 고충을 짤막한 연극형식을 빌어 사례를 발표하면서 청중의 관심을 끌어낸 발상도 매우 파격적이었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서울시의 세외수입시스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자치구에서 오랫동안 활용해온 시스템들을 하나로 통합, 공유토록 하고 지방세원을 관리하는 다른 응용시스템들과 연계해 업무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점은 비록 지방세목에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참고할 만한 것이었다.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한 경기도 평택시(프로젝트관리), 경북 영양군(원격건강모니터링), 제주도(u 수산양식), 광주광역시(u 광주지하철)도 각기 나름대로의 지역 여건과 환경적 특성 및 필요에 따라 담당공무원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스템들을 선보였다.
전자신문대표상을 수상한 강원도(문화재 소방방재), 부산광역시(해수욕장 미아 찾기 서비스), 인천광역시(도로굴착관리) 등도 해당 분야별로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유비쿼터스 기술 기반의 각종 사례들은 아직 시범단계 수준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발굴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일깨워 주었다.
비단 전통적인 행정 부문에 국한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 하에 지역의 활력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적용된 우수사례들이 다수 제시되었다는 사실은 중앙의 지원과 지방의 자치역량이 결합되어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무쪼록 이런 행사가 내년에도 더욱 풍성하게 치러져 자치단체의 정보화 발전에 밑그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욱 충북대학교 교수 sierra@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