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녹색기술을 꿈꾼다](1)유망 기술에 올인해야

대표적인 에너지저장장치인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하는 LG화학 오창테크노파크 전지생산라인
대표적인 에너지저장장치인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하는 LG화학 오창테크노파크 전지생산라인

녹색성장이란 경제성장과 친환경을 접목시킨 개념이다. 다시 말해 환경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제성장 추구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열쇠는 바로 ‘녹색기술’이다.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을 주도해온 화석연료는 이미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는 화석연료 고갈 대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왔으며 자원 의존형 에너지 체계에서 기술주도형 그린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최근 엄습해 온 금융위기를 뛰어 넘을 국가 비전으로 ‘그린’을 택하고 그린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연초 우리나라를 방문해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녹색기술을 개발하는 국가가 다음 세대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녹색기술은 선진국 대비 50∼85%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처럼 따라잡아야 할 기술은 많고 시간과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을 토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내 태양전지 생산량이 불과 1년 새에 5배로 껑충 늘어 1GWp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태양광 시장이 장밋빛으로 그려져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결과다.

 하지만 현실은 고환율을 감수하고 외국에서 비싼 장비를 들여와 공장을 세웠지만 막상 태양전지를 생산해 팔려고 하니 가격은 턱없이 떨어진데다 그나마도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국내 한 대기업은 지난 7월 태양전지 공장을 완공하고도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10월 계획했던 준공식도 내년으로 미루고 태양전지를 사겠다는 곳을 찾아 해외로 전전하고 있다. 이미 초기시장이 형성되고 선도기업도 존재하는 태양광 시장에 한 발 걸쳐 보려다 봉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미투’ 투자 덕분에 웃은 곳은 태양전지 제조 설비를 턴키로 공급한 독일 업체들뿐이다. 올해만 태양전지 공장을 세우기 위해 흘러나간 외화가 약 4000억원(업계 추산)에 육박한다.

 이 사례는 왜 녹색기술 개발에 원천기술 확보와 성장가능성 점검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원장묵 에너지기술평가원 정책연구센터장은 “녹색기술시장은 더 이상 따라잡기 방식의 기술로는 통하지 않는다”며 “원천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원천기술이란 제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기술로 로열티 수입은 물론이고 산업장벽 역할까지 할 수 있다.

 국내에 우후죽순 늘어난 태양광 모듈 업체들이 수출 실적을 올릴 때마다 미소를 짓는 곳은 그들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독일 태양전지 공급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풍력발전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세계시장에서 연간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풍력발전소 건립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그들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은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응용기술을 통해 이뤄졌다. 쉽게 말해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이를 개량해 제품을 만들어 팔았던 것. 이 같은 패러다임은 단기간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기는 했지만 수출이 늘어날수록 원천기술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져가는 외화내빈의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LCD 등을 잇는 세계 톱클래스 기술로 육성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큰 연료전지·청정연료·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에너지저장 등 4가지 유망 기술에 올인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영준 지식경제부 에너지기술과장은 “정부는 10년, 20년 후 우리 경제를 짊어질 1등 녹색기술 개발에 집중해 우리나라가 그린혁명시대의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터뷰-진홍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2012년 녹색기술, 세계 최고 대비 90% 도달 목표”

 

 “녹색기술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합니다.”

 진홍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은 먼저 ‘그린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녹색기술 개발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진 정책관에 따르면 우리의 녹색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50∼85% 수준에 불과하고 세계적인 선도 업체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기술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오는 2012년까지 세계 최고 대비 90% 이상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태양광·풍력·LED 등 일부 분야는 이미 초기시장이 형성되고 선도기업도 존재하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R&D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분야에서는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따라가 주면 된다는 것.

 정부가 집중 투자할 녹색기술은 연료전지·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에너지저장 등 아직 초기시장 형성도 미약하고 선도기업도 없지만, 향후 시장성장 전망이 밝은 분야다.

 그는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이들 4개 분야는 지금이 R&D 투자를 강화할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만 연료전지(508억원), CCS(121억원), 에너지저장(99억원), 청정연료(286억원) 4개 분야에 총 1014억원을 투입했다.

 진 국장은 또 “녹색기술 분야는 아직 국제 표준·인증체계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구매자 입장에서는 다년간의 실증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 기업의 실증 비용과 리스크 부담이 커 이를 덜어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증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지능형 전력망뿐만 아니라 각종 녹색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향후 녹색기술 전반에 대한 종합 실증단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진 국장은 설명했다.

 실증단지를 위한 예산도 올해 130억원에서 내년에는 330억원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그는 “선진국 수준의 녹색기술력 확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녹색기술력 확보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기업이 담당하기 어려운 핵심 부품·소재기술과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함으로써 민간의 시장진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진 국장은 “우량 녹색기술기업에 대해서는 ‘녹색인증’을 부여해 해당 분야의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주문정팀장 green@etnews.co.kr 함봉균·유창선·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