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뉴초콜릿폰` 개발 현장 가보니…

서울 양재동 LG전자 MC연구소 별관 회의실에서 최영진, 김민철, 박찬용 책임연구원이 뉴초콜릿폰을 소갱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서울 양재동 LG전자 MC연구소 별관 회의실에서 최영진, 김민철, 박찬용 책임연구원이 뉴초콜릿폰을 소갱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모으기 위해 교향악단에 마에스트로가 있다면 휴대폰에도 최상의 품질을 엮어내기 위한 마에스트로가 있다. 하드웨어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휴대폰은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다. 무엇하나 어긋나면 불협화음이 나오기 일쑤다.

 “지난해 12월 본사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가 떨어졌을 때 사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김민철 마에스트로 책임연구원은 11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때의 어려움을 소회했다.

 겨울 초입, 찬바람을 가르고 찾아간 양재동 LG전자 MC연구소. 프라다폰, 아레나폰의 산실이자 LG전자가 꼭꼭 감춰둔 은밀한 곳이다. 보안이 더욱 강화돼 연구소 한쪽 귀퉁이에 위치한 별관 회의실에서 뉴초콜릿폰 개발팀 김민철·박찬용·최영진 연구원을 찾아 그간의 비하인트 스토리를 들어봤다.

 ◇아몰레드 같은 LCD를 만들어라=지난 7월 3일 MC연구소에 특명이 떨어졌다. ‘AMOLED 같은 LCD를 만들어라’는 본사의 주문이었다.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기저기 연구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유는 이랬다. AMOLED의 경우 유기화학물질이기 때문에 100% 자연 그대로의 색상 재연이 가능했다. 하지만 LCD의 경우 색재연율은 70% 이상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LCD를 바꾸지 않는 이상 도저히 AMOLED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박찬용 책임연구원은 “정량적으로는 도저히 70%를 넘어설 수가 없었다”며 “소비자의 감성에 접근하는 전략적인 방법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들 휴대폰 마에스트로들은 100%에 근접한 색재연율을 위해 LCD와 강화유리의 간격인 에어캡을 ‘제로’에 가깝게 줄였다. 여기에 컨트라스트(CR)를 줄여 선명도를 높였다. 휴대폰 화면을 측면에서 바라볼 때 보이는 검은 선을 거의 없앤 것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색감은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에 가깝게 연출할 수 있었다.

 MC연구소는 색재연율을 높이기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총집합해 한 달간 비상업무에 돌입했다. TV분야 화질 전문가도 모셔왔다. 화질 튜닝 작업을 위해 사용한 사진만도 2만장에 달했고 영화파일은 200편을 웃돌았다.

 박 연구원은 “AMLOED에 필적하는 하이브리드 LCD를 구현해 냈다고 평가를 받자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씻겨 내려가는 감동이 밀려왔다”고 소회했다.

 ◇완제품 400개를 깨뜨리다=뉴초콜릿폰은 극장에서 보는 것 같은 넓고 생생한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실제 영화관과 같은 21:9의 화면으로 구성됐다. 화면이 길쭉하다 보니 파손의 우려가 상당했다.

 MC연구소는 강화유리를 썼기 때문에 두께가 높아져서 강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낙하시험에 오른 연구용 제품이 모두 깨졌나갔다. 연구팀은 한 달여에 걸쳐 400개를 깼다. 돈으로 환산하면 3억6000만원에 이른다.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더욱 마음 아팠다”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낙하시험을 통과한 이후 남용 부회장의 일잘법(일 잘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새벽 4시 낙하시험을 위해 다른팀의 직원들도 함께 출근하기도 했으며 SW 품질관리 직원들은 휴일 없이 180일 연속 연구소를 집으로 생각하고 드나들었다.

 뉴초콜릿폰에는 숨은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이다. 소비자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휴대폰 연구원들은 고객의 손끝에서 나오는 오작동을 잡기 위해 밤낮이 따로 없다.

 최영진 책임연구원은 “LCD의 길이가 기존 제품보다 20% 가량 길어졌지만 버튼의 오작동과 사용자 편의를 위해 아이콘 크기는 2배가량 키웠다”고 말했다.

 김민철 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2개월간 평택사업장을 월평균 24회 오고 갔다. 평택연구소 직원들과 업무진행을 위해 전화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최선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 두께 10.9㎜ 안에 어긋남 없이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넣어야 했던 마에스트로들의 구슬땀에서 ‘일잘법’ 아이콘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