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의사소통의 기본은 온톨로지 공유

[ET단상] 의사소통의 기본은 온톨로지 공유

 올해 상반기 정부는 지식 인프라 관련 대규모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목적은 범국가적으로 정보지식을 생성·검색·유통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향후 정보지식 관련 국가사업을 추진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 보자. 서울 모 병원에서 평소 심근경색과 당뇨병을 치료해 온 홍씨가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쓰러졌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구급원이 홍씨를 응급 처치하고 인근 병원에서 적절히 홍씨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들 간에 보이지 않는 협력 관계가 원활해야 한다. 즉, 119센터에서는 곧바로 홍씨의 위치를 지도 정보를 이용, 파악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급차량을 긴급 배치해 인근 흉부외과로 이송한다. 이후 강남 병원으로부터 홍씨의 진료 기록을 건네받아 조회할 수 있어야 제주도에서도 문제없이 이뤄질 수 있다. 물론 홍씨는 자신의 위치 및 환자 정보를 알려주는 전자태그(RFID) 등의 장치를 부착했다고 가정한다.

 일련의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많은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참여한다. 그런데 이들 간의 원활한 상호 연동성이 국가 지식 인프라에서 담보되지 않는다면, 커다란 애로 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제주도 흉부외과에서 강남 병원으로부터 전송받은 환자 진료 차트를 열어 보려고 했더니, 의료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가 달라서 차트가 열리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최근 롤란드 애머리히 감독의 2012년도 실감나게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유럽의 재난방지기구인 GMES(Global Monitoring for Environment and Security)와 함께 수행하는 HMA(Heterogeneous Mission Accessibility) 대형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국가의 이질적인 재난방지 시스템 간의 의미적 차이점을 중간에서 적절히 조정, 쓰나미나 엘니뇨·지진 등을 국가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방지시스템이 지식인프라 미비로 상호 연동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 간 상호 연동성의 핵심은 의사소통이고 이 의사소통의 중심에는 온톨로지(ontology)라는 것이 존재한다. 온톨로지를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커뮤니티 일원이 공유하는 상식을 개념화해서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지식베이스로 저장해 놓은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커뮤니티는 인간 사회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개념화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들 간의 상관관계 명세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각각의 상호 독립적인 시스템도 하나의 커뮤니티로 볼 수 있어 이들이 개별적으로 지니는 메타(meta) 정보 등의 도메인 지식도 온톨로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 간에 온톨로지가 다르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처럼, 상호 독립적으로 작동되는 시스템 간의 온톨로지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면 시스템 간의 원활한 상호 연동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최근 들어 공간 온톨로지란 용어가 GIS 회사들을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공간 온톨로지란 지리적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서비스 시스템의 공간 관련 메타 정보의 온톨로지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HMA처럼 범국가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이러한 사업을 온톨로지를 중심으로 한 번 구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재동 전북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jdyang@chon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