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허권 침해 문제를 놓고 몇 년째 법정 다툼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미국 램버스가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하드웨어 소자설계.판매 전문업체(팹리스ㆍFabless)인 램버스는 최근 자사의 XDR 메모리 설계를 바탕으로 한 1Gb(기가비트) XDR D램을 삼성전자가 생산해 공급하도록 했다.램버스 측은 “삼성에서 생산된 1Gb XDR D램이 게임과 컴퓨터, 가전 등 각 영역에서 XDR 기술의 이용성을 넓혀줄 것”이라며 “시장에서 삼성의 주도력이 XDR D램의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XDR D램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비중이 훨씬 큰 DDR2나 DDR3에 비해 처리속도가 몇 배 빠르고 가격도 두 배 이상인 고성능 제품으로, 주로 그래픽 구현이 많은 게임분야에서 많이 쓰인다.제품 설계와 특허권으로 로열티를 받는 고성능 반도체 분야의 대표적 팹리스 업체인 램버스와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는 여러 해째 특허권 침해 문제를 놓고 소송을 벌여온 불편한 관계다.
램버스는 2005년 미국 연방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또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가 램버스의 컴퓨터 메모리 관련 특허 가운데 한 건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리는 등 양측은 수년간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수억 달러대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법정공방을 벌이는 와중에도 전망이 좋은 시장에서는 과감하게 손을 잡는 제휴를 선택한 것이다.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램버스가 수많은 반도체 제품의 설계를 해왔고 필요에 따라 일을 함께할 수도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삼성 관계자는 “XDR D램은 몇몇 분야에만 사용되는 제품으로, 사업비중도 크지 않다”며 이번 제휴의 의미를 담담하게 평가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