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증시에서 기업공개(IPO)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장을 추진하는 삼성생명의 공모액이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대한생명 등 조(兆) 단위의 대어(大魚)급 상장도 예상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주요 후보군들이 모두 IPO에 나선다면 전체 공모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전 최대치는 1999년 3조8천억원대였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금액이어서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당장 올해 3조원 대에서 3배로 급증하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수조원씩 이뤄지는 유상증자, 정부와 채권단의 대규모 지분매각 일정 등을 포함하면 국내 증시에 상당한 물량부담이 될 수 있다.
◇兆 단위 초대형 IPO ’큰장’=관심의 초점은 삼성생명이다.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90만~100만원 범위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지만, 그룹 금융지주회사 가능성 등을 반영하면 120만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은 95만원으로 오르며 ’꿈의 1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물량이다. 일단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증여한 350만주가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모집을 배제하고 비교적 보수적인 수준인 100만원을 적용하더라도 3조5천억원 규모다.
대한생명은 신주모집과 구주매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공모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생명은 5천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 3개 생명보험사로 만으로도 증시가 소화할 물량이 6조~7조원이다.
불확실성이 있지만 포스코건설의 상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10월 IPO 일반청약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회사 측의 희망공모가를 기준으로 공모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코스닥 중소형주 물량까지 더하면 10조원을 넘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2팀장은 “코스닥시장은 공모 규모가 커야 1조~2조원 규모”라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이 예정대로 상장한다면 전체 IPO 규모가 8조~1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도별로 보면, 가스공사와 KT&G가 상장하고 ’IT버블’로 코스닥 상장이 잇따랐던 1999년 IPO 물량이 4조원에 근접했으나 이후로는 매년 3조원을 밑돌았다. 다만, 올해는 4분기 들어 진로와 SK C&C, GKL, 동양생명 등 ’대어급’이 상장하면서 연간 IPO 규모가 3조원을 훌쩍 웃돌 전망이다.
◇유상증자+지분매각…소화여력 미지수=내년 증시에 실질적으로 쏟아지는 공급 물량은 더욱 많다.
우선 유상증자가 매년 수조원 규모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상증자 물량은 2007년 14조2천919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3조7천543억원을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9월중 5조7천635억원으로 회복세다.
여기에 우리금융, 인천공항공사, 하이닉스 등 굵직한 지분매각도 예정돼 있다.
최근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약 7.0%를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 공적자금 8천660억원을 회수했다. 경영권과 관련한 50%+1주를 제외한 23% 중 나머지 16%도 단계적으로 매각된다. 이번 블록세일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남은 물량만 2조원 규모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2007년에는 3자배정 유상증자가 많았기에 실질적인 물량부담은 10조원에 다소 못 미쳤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에는 생명보험주와 코스닥 IPO, 유상증자 등을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봐도 물량부담이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과연 국내 증시가 막대한 물량을 받아낼 수 있을지다.
수요 쪽에서는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기반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기관 쪽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식비중 확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둔 퇴직연금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모가가 낮아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며 대량으로 실권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수급 부담으로 증시 전반이 부진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