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물고기를 개발하라.’
로봇물고기의 상용화 가능성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봇물고기는 바다, 강물에서 수중생태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무인로봇이다. 물 속에 유연한 활동을 위해 외형과 동작도 실제 물고기를 빼닮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동영상 그래픽과 함께 로봇물고기로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즉각 로봇물고기의 기술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논란이 뜨겁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로봇물고기는 국내 기술 수준으로 충분히 실용화가 가능하며 4대강에서 수질오염 측정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물고기가 강바닥에서 오염원을 조기에 찾는다고 해서 수질오염을 막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장담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왜 로봇물고기인가=로봇전문가들은 얕은 수중에서 이동할 때는 프로펠러가 달린 잠수정보다 물고기로봇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무인잠수정은 프로펠러에 수초, 쓰레기가 걸릴 경우 쉽게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로봇물고기는 물 속에서 장애물 사이를 이동할 때 효율적이다. 로봇물고기는 소음이 작아서 물 속 생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또 몸 전체를 이용하는 추진방식은 프로펠러보다 에너지 효율이 25% 정도 높다. 구조상 완전밀폐가 되기에 오랫동안 물 속에서 작업하는데 유리하다. 로봇물고기는 겉멋이 아니라 기능상 이유로 물고기 구조를 모방했다는 설명이다.
◇실용화 가능성=4대강의 수질 측정에 로봇물고기를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로봇전문가들은 로봇물고기의 가격대를 충분히 낮추면 고정식 수질 센서를 여러개 설치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생기원과 한국기계연구원 등은 2∼3년 후 실용화될 로봇물고기의 생산단가를 대당 500만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에섹스 대학이 개발한 로봇물고기가 2만파운드(약 4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저렴하다. 국산 로봇물고기(50㎝)가 영국 로봇물고기(1.5m)에 비해서 덩치가 훨씬 작고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절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고기로봇에서 가장 어려운 방수, 수중제어 기술은 성공했고 센서기술도 이미 나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연구원은 “기술측면에서 로봇물고기로 4대강 수질감시를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언론에서 로봇물고기의 기능과 기술적 한계를 정확히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국민 공감 없이 첨단 기술인 로봇을 문제 해결의 전면에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