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CG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서

[콘텐츠포럼] CG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서

 “Wonderful! Korean Computer Graphics!”

 지난 11월 초,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개최됐던 AFM(American Film Market)에 한국의 CG 제작회사와 할리우드 영화 제작 관계자 간 상담회에서 해외 관계자들은 연신 한국의 CG 기술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한국의 CG 제작업체가 AFM에 공동으로 참가해 우리의 영화 CG 제작능력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에 기획 및 진행 실무자로 참여하는 영광을 가졌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자료를 통해서만 접했던 엑스맨·다이하드·아마겟돈 등 CG 기술을 활용한 영화제작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의 발전된 CG 제작능력을 맘껏 보여줄 수 있는 실질적인 교류의 장이 됐다. 그 결과 영화 ‘다이하드’ 제작자인 아널드 리프킨스를 비롯한 현지 유수의 영화 관계자들과 총 122건의 일대일 비즈매칭이 이뤄졌다. 또 할리우드에서 제작 진행 중인 SF영화 CG 제작 의향서(LOI)를 교환하는 등 국내에서 참가한 7개 업체가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등을 상대로 총 1100억여 원의 계약 상담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없지 않았다. 당초 AFM은 완성영화 마켓으로서 해외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이렇다 할 만한 네트워크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들의 기대만큼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게 한 것은 참가사들의 지속적인 홍보와 현지 영화 전문지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행사 안내 등 꾸준한 노력 덕분이었다. 오히려 예견됐던 어려움을 극복해 AFM에서 새로운 CG 제작 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찾게 된 셈이다.

 영화 분야에서 우리나라 CG 산업은 지난 1990년대 초 ‘구미호’에서 시작돼 짧은 기간 동안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국내 CG 산업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국내 영화산업은 축소되고 있고, 정부의 지원을 힘입은 후발경쟁국가에 의해 해외진출 또한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올해는 CG 업계에 의미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올 하반기에 개봉된 ‘해운대’와 ‘국가대표’ 등을 통해 영화제작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VFX(Visual Effects)를 향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높아졌으며, 흥행성적도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에 한국CG산업협의회가 창립돼 산업의 구심점을 마련하며, 산업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또 영화 제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는 근래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한 제작비 절감의 차원에서 비교적 가격이 낮은 아시아권 등에 CG 제작을 발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권의 CG 강국인 한국은 할리우드 프로젝트 참여기회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국내 CG 기술력을 해외에 알리며, 국내 CG 제작사의 인지도 및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적기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CG 기술력 향상 및 지속적인 해외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CG 제작 성공사례 축적과 동시에 선진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유럽의 영화 CG 제작시장에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하섭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융합콘텐츠단 차장 hana@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