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overheating) 아시아 경제와 아직 덜 데워진(underheating) 미국·유럽연합의 경제에는 각기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이 필요합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7일 한국무역협회(회장 사공일)와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E)가 제 46회 무역의 날을 맞아 공동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라미 총장은 “미국과 EU의 금융기관들은 디레버리징(대출 축소와 부채 상환)을 겪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은 확실하다”며 “한국과 중국, 호주는 이런 문제를 겪고 있지 않아 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라미 총장은 “따라서 출구전략은 각 국가마다 다른 상황에서 따로 진행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금융위기시 세계 각 나라가 일정 정도 조율을 통한 해결을 추구했듯 G20을 통한 출구전략 조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무역량의 회복에 관련해선 라미 총장은 “앞으로 1∼2년 간 세계 교역량은 10% 감소세를 유지할 것”이라 내다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WTO는 도하라운드의 2010년 타결을 위한 노력과 지속되는 보호무역주의 압박을 감시하는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라미 총장은 세계 무역량을 회복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데 있어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G20의 의장국이자 무역의 혜택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척결하는 데 앞장선다면 각국의 협조와 높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한국을 세계 무역의 ‘코끼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