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해외 협력의 첨병인 해외 주재 과학관들이 정부 통폐합 이후 파견 인력 감소와 과중한 업무로 인해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중국·러시아 등의 파견 인력이 올들어 크게 줄어들면서 현지 과학관들이 기존 업무에 교육 업무까지 떠맡은 데다 정부가 기본적으로 인력 축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형식적인 해외 주재관 운영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교과부와 각국 공관별 교육과학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부처를 통폐합한 이후 기존에 교육관·과학관으로 구분됐던 현지 주재관이 교육과학관으로 합쳐지면서 덩달아 주요 국가의 파견 인력이 순차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8월 현재 9개 국가 14개 공관에 12명의 교육관과 9명의 과학관이 파견돼 활동했다면 지난 9월 현재 9개 국가 13개 공관에 파견된 교육과학관은 16명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까지 주일대사관·주오사카총영사관·주후쿠오카총영사관에 총 6명의 교육·과학관이 파견됐던 일본은 현재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주일대사관은 실질적으로 1명의 교육과학관이 기존 과학에 교육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기존 과기부에서 A국가에 파견된 한 교육과학관은 “기존에 맡았던 과학 업무 외에 새로 교육 업무를 맡았는데 정부 초청 장학생 업무부터 한국학교 관련 위원회 참석까지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라며 “올들어 파견 인력이 점진적으로 줄어든 이후 본부(교과부)도 면피용으로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구 과기부에서 B지역에 파견돼 근무 중인 한 교육과학주재관도 “파견된 지역이 넓고 인구도 많아 혼자 교육과 과학 모두를 커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영국·벨기에 등의 파견 인력은 과거와 동일하지만 과거 과학 분야 업무만 맡았다면 이제 교육 분야까지 챙겨야 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05년 당시 과학기술부가 스웨덴 등 전략 국가 5개국에 해외주재 과학관을 신설해 파견 지역을 13개로 늘리겠다던 방침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현지 파견 주재관들은 정부의 부처 통폐합 이후 현지 주재 과학관의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으로, 당분간 외교통상부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국제협력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해외 파견 교육과학관이 딱히 교육과 과학 업무를 분리해 맡지는 않고 있다”며 “일부는 인력이 줄었고 일부는 기존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