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3부-1)게임의 미래를 말하다

게임의 미래 `소셜`과 `유용성`이 주도

 #1.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구는 너무 낯설다. 외계인이 아는 지구 언어는 스페인어밖에 없다. 당신은 외계인의 안내자가 돼 그를 도와야 한다. 물론 스페인어로!

 게임 요소를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설계해 화제를 모은 공립학교 뉴욕 Q2L(Quest to Learn)의 스페인어 수업 시간 모습이다. 학생들은 온라인게임에 접속해 외계인과 스페인어로 대화하며 그를 돕는 임무를 수행한다. 외계인 역을 맡은 교사는 학생들과 스페인어로 문자·음성 채팅을 하며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가르친다.

 #2. 30대 직장 여성 김자현씨. 늘 산더미 같은 보고서에 둘러싸여 사는 그녀는 게임을 해본 적도, 할 시간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학시절 알던 외국 친구들이 게임을 같이 하자며 자꾸 조른다. 호기심에 접속한 게임은 페이스북에서 즐기는 레스토랑 타이쿤 게임 ‘카페월드’. 클릭 하나로 즐기는 매우 간단한 게임이다. 바쁜 중에 짬짬이 즐길 수 있는데다 플레이 내용이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요즘 게임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게임이 변하고 있다. 혼자 하는 게임에서 함께 즐기는 게임으로, 즐기기만 했던 게임에서 삶에 다양한 도움이 되는 게임으로 탈바꿈 중이다. 게임의 변신은 김씨처럼 게임에 관심이 없던 전 세계 수천만명의 사람까지 속속 게임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게임과 거리가 먼 듯한 은행, 병원, 공공기관 등 각 사회 영역에서도 게임을 이용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자신문이 다수의 국내외 게임 전문가들을 통해 조망한 게임의 미래는 ‘소셜(social)’과 ‘유용성(usefulness)’이다. 두 키워드에 기반을 둔 소셜 게임과 기능성 게임은 앞으로 게임에 대한 차가운 인식을 넘고, 이제까지 게임을 구분지어온 장르와 플랫폼을 극복하면서 거대한 사회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슈퍼마리오의 창조자인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향후 세대를 통합하고 정서를 교류하는 막강한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놀면 더 재미있다”=할리우드 영화처럼 더 크고 화려한 게임만 추구하던 세계 게임 산업계는 지금 숨 고르기 중이다. 20·30대 남성들의 놀이 문화를 벗어나 여성과 중장년층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 매개체가 페이스북·싸이월드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복잡함과 화려함은 버렸다. 그 대신 친구와 함께하는 재미를 더했다.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대거 게임의 세계에 빠졌다. 지난 10월 오픈한 카페월드는 두 달이 채 안 돼 1000만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 게임 개발사 징가는 소셜 게임만으로 올해 매출 1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네이트 앱스토어에 올라온 ‘사천성’ 게임은 하루 만에 가입자 2만5000명을 돌파했다. 대표적인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조차도 “앱스토어나 SNS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처럼 온라인 게임에서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커뮤니티의 변화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능성게임이 다가온다=게임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게임의 활용 범위와 잠재력도 함께 커졌다. 게임에 익숙하고 게임의 문법을 이해하는 세대들은 게임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쉽고 즐겁다. 플레이어의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재미와 몰입을 통한 학습이 가능한 게임은 ‘최고의 학습 환경’이자 동기부여 수단이다. 이른바 ‘기능성 게임’의 등장이다.

 하나은행은 ‘팍스하나’라는 게임을 이용해 전 직원에게 차세대 시스템을 교육한다. 서울아산병원 의사들은 게임으로 치매를 치료하려 한다.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한자마루’로 한자를 익힌다. 한쪽에서는 기후변화를 소재로 하는 게임기를 개발하고 있다.

 게임은 3D 및 체감형 기술, 대용량 네트워크 및 고성능 프로세서와 같은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성과 기능성을 힘으로 삼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원조 ‘울티마’의 리드 디자이너를 지낸 라프 코스터는 “패턴을 익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몰입과 재미를 느끼는 게임은 최고의 선생님”이라며 “게임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미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