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D)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당시 언리얼, 둠 등 일부 일인칭슈팅(FPS) 게임에 한정돼 있던 3D 기술은 1990년대 후반 들어 다양한 게임 장르에 접목되면서 드라마틱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게임에서 3D 성장사는 눈부실 정도다.
국내 최고 그래픽 전문가로 손꼽히는 황철웅 블루홀스튜디오 아트디렉터(AD)는 “현재 3D 기술 발전속도를 보면 3∼4년 후에는 영화와 큰 차이가 없는 3D 그래픽이 대중화될 것”이라며 “실시간으로 구현되는 3D 화면을 캡처하면 사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한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3D와 현재의 3D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며 “게임에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진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고정 시점에서 원근감을 표현하는 것이 3D 기술의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시점도 다양해지고 배경의 디테일까지 3D로 담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이다. 그리고 그 발전은 실제 세계와 다름없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황 AD는 “윈도7과 다이렉트X11이 나오면서 3D 그래픽이 더욱 사실감 있어질 것”이라며 “지금의 기술로도 현실적인 화면이 나오는데, 앞으로 한단계 더 발전하면 사진과 구분없는 수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2013∼2014년쯤이면 영화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이 개발돼 나오는 게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극한의 사실감이 모든 게임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게임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고, 기술은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황 AD가 맡고 있는 작품은 국내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인 320억원이 투입된 ‘테라’다. 테라는 비공개테스트를 거치면서 부분적으로만 소개됐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그래픽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황 AD는 “테라가 표현하고자 하는 콘셉트에 따라 동화같은 부분에서는 동화적인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 했고, 사진과 같은 부분에서는 사진같은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며 “테라가 칭찬받는 것은 MMORPG에서 콘솔게임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경계를 허물어 게임의 다양성을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다양성을 활용하는 아티스트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