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과 함께 게임을 가장 게임답게 해주는 요소는 바로 음향. 게임 구현 기술에서 물리엔진이 머리라면 사운드는 그래픽과 함께 좌우 날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게임 사운드는 8비트 모노에 그쳤지만 현재 콘솔게임에서는 영화와 똑같은 5.1채널 사운드까지 즐길 수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라는 서비스상의 제약이 있는 온라인게임에서도 16비트 스테레오 사운드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가령 예전 게임에서 주인공이 몽둥이를 휘두를때 단순히 ‘퍽’ 소리만 났다면, 지금 게임에서는 몽둥이를 휘두를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부터 어떤 물체를 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와 울림까지 모두 표현해낸다. 사실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사운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력과 비용 투자도 늘고 있다. 건반 한대만 해도 수백만원씩 하고, 현악기 소리를 내는 소프트웨어는 1000만원이 넘는 것도 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개발사 중 가장 많은 사운드 관련 인력을 보유한 곳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 30여명의 사운드 전문인력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 사운드 담당 인력이 10명 미만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변종혁 엔씨소프트 사운드3팀장은 “게임 개발단계부터 사운드팀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고 말한다. 그는 게임 사운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MP3 음악파일은 귀로만 듣지만 게임은 눈으로는 화면을 보고, 손으로는 조작을 하며, 귀로는 사운드를 듣기 때문에 제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임 사운드가 발전하는데는 온라인게임 서비스의 대역폭이 넓어진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래픽이 마치 실사처럼 발전하면서 이용자들이 좀 더 현실감 있고 사실적인 사운드를 원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변 팀장은 “게임 사운드는 앞으로 계속 진화해 5.1 채널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입체음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며 “게임 엔진의 진화와 맞물려 있긴 하지만 5년 이내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 사운드의 진화는 결국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소리를 전달하는 데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나 CF에 등장하는 효과음이 현실보다 과장된 사운드이지만, 우리가 듣기에는 더 사실적으로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임 사운드는 실제 음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과장돼야 한다’는 것이 게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