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어머니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사건, 길러준 양어머니를 청부 살해한 사건. 말조차 꺼내기도 끔찍한 패륜범죄다. 양어머니를 청부 살해한 사건은 사이버 경마에 빠져 돈을 날린 아들이 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살해한 사건이며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사건은 인터넷 중독에 빠져 가정을 소홀히 하는 어머니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벌인 사건이라고 한다. 패륜 범죄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공교롭게도 인터넷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의 패악은 기껏해야 내기노름 정도인 데 비해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터넷에서 갖가지 놀이(사행·폭력·전쟁)에 쉽게 빠져 들 수 있기 때문에 문제다. 오죽했으면 나이키의 잠재적 경쟁자가 인터넷 게임업체라고 말했을까. 청소년들이 방안에 처박혀 인터넷에 빠져 있다 보니 신발 매출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우려를 담은 말이다.
인터넷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갖춘 양면성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사회가 토지, 자본과 노동이라는 3요소로 시장경제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토지 대신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야말로 인터넷공간에서 땅 한 평 없이도 장사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정보의 보석창고라는 측면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면에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유해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악마와 같은 면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어릴 적 극장에 갈라치면 야외생활지도 교사가 두려워 오금이 저린 적이 있었다. 그때 왜 교사들은 학생들이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를 못 보도록 기를 쓰고 단속을 했을까. 그것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보다는 전개되는 과정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윤리관이나 가치관이 흐려질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그때 그 시절보다 훨씬 심각한 유해정보를 아무런 비판도, 거리낌도 없이 받아들이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인터넷 윤리’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인터넷진흥원에서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주관한 세미나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많은 교사가 인터넷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세미나로 인터넷 윤리 의식이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광주교육청과 충주교육청 관계자들도 가난한 이웃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이보다 영어 단어 하나, 수학 문제 하나 더 잘 잘 외우고 푸는 학생이 칭찬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우리 교육 현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방법만을 가르칠 뿐 가슴에 따뜻한 불씨 하나 심는 윤리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다.
이제는 윤리교육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도덕’ ‘바른생활’ ‘국민윤리’와 같은 교과서를 이용해 실세계 위주의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인터넷 윤리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거나 유해정보를 차단하기는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막아서도 안 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인터넷 유해정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윤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은 더 이상 가상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연 호남IT기술사포럼 회장 j8j8j8j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