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7%를 넘어섰다. 아르바이트나 인턴 등 정식 직장에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수를 감안하면 구직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더 혹독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말은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이란 단어로 대체됐고 ‘묻지마 지원(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면 가리지 않고 일단 지원하고 보는 구직자들의 행태)’ 등 취업난과 관련된 단어들이 흔히 쓰인다. 실업 상태를 회피하기 위해 대학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연일 늘어간다. 취업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당연한 결과보다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되고 있다.
서대원씨(27), 김충영씨(29), 박수환씨(25)는 하나같이 자신들이 바로 “꿈을 잡았다”고 표현한다. 이들은 취업포털 리크루트와 전자신문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 KT QOOK TV의 1번 채널인 ‘쿡티비플러스’에서 방영된 IPTV 취업 프로그램 ‘꿈을 job아라!’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예비 사회인들이다. ‘꿈을 job아라!’ 프로그램은 2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가운데 20회에 걸쳐 방영됐다. 그중에서도 빼어난 성적으로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된 이들 세 명이 8일 전자신문 사옥에 모여 생생한 취업 경험담을 털어놨다.
무엇보다 취업을 위한 그동안의 험난한 과정과 취업에 성공한 기쁨이 공통된 주제였다. 11월 23일 ‘꿈을 job아라!’ 첫 방송을 통해 KCC 정보통신에 채용된 박수환씨는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살려 IT 분야의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서류에서 미끄러진 게 여러 번”이라며 “이력과 재능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문이 좁았다”고 그간의 힘든 과정을 전했다. 박씨는 “그러던 중 지난 11월 열린 한이음 일자리 엑스포를 통해 지원한 KCC 정보통신에서 방송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고, 두근거리면서도 재미있는 취업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촬영 현장에서 채용이 확정됐다는 한정섭 KCC 정보통신 부사장의 말에 그간 고생을 회상해서인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대원씨는 AVA 서비스커리어센터에 취직했다. 현재 회사에서 서비스강사 양성교육을 받고 있다. 서비스 강사란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이다. 서씨는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꿈을 job아라!’를 통해 그 목표를 이뤄서 행복하다”며 “특히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매우 기뻐한다”고 밝혔다.
코리아 리크루트에 입사해 채용박람회 등을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된 김충영씨는 서른 살로 신입사원 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는 “졸업하고 2년이 지나니 점점 내가 원하는 직장과 나를 원하는 회사의 ‘미스매치’가 커졌다”며 “힘든 준비 과정을 끝내고 이번 방송을 통해 비전 있는 일을 하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김씨는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자원은 인력”이라며 자신의 직무에 대한 자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꿈을 job아라!’를 통해 인력을 채용한 면접관들이 방송이라는 낯선 환경에 패기 있게 대응하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입을 모았다. 서씨는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와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게 천직이구나 싶었다”며 “카메라를 덜 두려워하려고 마음먹었던 점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도 “촬영 당시 1라운드가 끝나고 열린 장기자랑 시간에 예전부터 연습해왔던 모노드라마를 열심히 보여줬다”며 “사실 경쟁자들보다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이런 끼를 보여준 점이 통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9회 말 투 아웃 상황의 타자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투지와 집념을 내세웠다”며 “나중에 다시 보니까 조금 부끄러울 정도였지만 자신감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면접 당시를 회상했다.
또 이들은 방송을 통한 서바이벌 면접 채용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놓고 다양한 평가를 했다.
김씨는 “자신의 면접 과정을 방송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점도 유익하다”고 평했다. 박씨 또한 “새로운 경험을 통한 자기 자신의 업그레이드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또 방송을 본 다른 기업들이 마음에 드는 인재를 고를 수 있는 정보제공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이번 방송이 단순히 한 사람의 취업을 넘어서 취업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들 쉽게 말하지만 사실 취업전선에 있는 젊은이들 외에는 피부로 느끼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 방송은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채용 과정의 험난함을 보여주며 취업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키울 수 있었다”고 바라봤다. 한편 카메라 앞에 서는 부담에 구직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씨는 “실제로 함께 촬영한 한 구직자는 카메라 때문에 떨려서 다 못 보여줬다고 푸념했다”고 밝혔다.
이들 삼인방의 포부는 당차다. 서씨는 “원하던 일을 하게 된 만큼 그동안 취업 준비하느라 소원했던 친구들과 주변 사람도 챙기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기업처럼 큰 곳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직장을 잡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세상 속에 들어가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낀다”면서도 “수습 6개월 동안 기술적인 능력을 키우고 직장 동료와의 관계도 돈독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충분한 경력과 능력이 쌓이면 문화예술과 IT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보고 싶다”는 미래의 목표도 밝혔다.
김씨 역시 “채용박람회 등을 기획하고 제안서를 만드는 일들이 나를 발전시켜 줄 것”이라며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기대를 표했다. 그는 또 “이번 취업을 시작으로 커리어를 많이 쌓아 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다. ‘김충영에게 기획을 맡기면 좋은 아웃풋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취업전선에서 이겨낸 이들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적지 않은 친구들이 여전히 고난의 취업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IT강국인 만큼 구직자와 구직회사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고 대학 때부터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취업 사이트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유형준 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