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대미술가 제니홀처는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우유를 입에 한 모금 머금었다가 그에게 뿜어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직장인들이라면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진탕 술에 취하고 함께 나쁜 짓을 저질러봐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프랑스의 한 주간지에서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밤마다 취하는 한국인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기사는 “한국에서는 직장상사를 따라 술집을 돌아다니는 것은 의무다. 술을 잘 마시면 승진의 기회도 많이 생긴다”고 비꼬았다. 맥주를 소주잔에 마시고도 벌겋게 취하는 나로서는 참 우울한 음주문화다. 물론 음주가 어색한 분위기를 격의없이 바꿔주고 안주가 매개고리가 돼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눈이 흐릿해져서 필름이 끊겨도 안 되겠지만 멀뚱멀뚱 맨정신으로 속얘기를 하기는 쉽지 않기도 하다.
‘겉은 눈으로 보고 속은 술로 본다’고 술이 들어가야 좀더 낭창낭창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쉽다. 술의 기능은 살리면서 술의 병폐를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 음주도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술 배우려면 술 버릇부터 배우자. 주도(酒道)를 모른 채 술만 잘하면 오히려 술은 해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술을 마신다고 격조 있는 술자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매너를 갖은 사람과 함께해야 품격 있는 술자리가 된다.
자신의 주량을 알고 적당히 마시고 상대를 배려하며 마시자. 2차를 가게 되면 노래방이나 커피숍 등 술을 깰 수 있는 곳을 찾아가서 담소를 즐기자. ‘먹고 죽자’는 분위기로 술을 마시고 술독에 빠질 것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면 사람이 술을 즐기는 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신다. 술은 대화의 매개체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