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물’과 ‘공기’다. 가전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물과 공기를 다루는 건강가전 시장은 예외다. 장밋빛 청사진을 낙관하는 상황이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가전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국내를 대표하는 간판 건강가전기업이 바로 웅진코웨이다. 웅진은 최근 글로벌 건강가전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세계 시장 개척에 시동을 걸었다.
웅진코웨이 최고사령관 홍준기 사장(52)은 “웰빙과 녹색 친환경 삶과 맞물려 건강가전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집안에 있으면 좋은 사치품 수준에서 꼭 갖춰야 할 필수가전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와 같은 건강가전은 과거 40∼50대 주부가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제품 수도 많아지고 고객층도 두터워졌습니다. 세계 시장도 흐름이 비슷합니다. 환경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가전 시장이 쑥쑥 커 나가는 상황입니다.”
건강가전은 홍 사장의 표현대로 이제 막 떠오르는 신천지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제니스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서유럽 정수기 시장은 2006년 대비 25% 증가한 80만대 규모였다. 최근 5개년 동안 유럽 가전 시장 성장률이 불과 한 자릿수였음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정수기와 함께 대표 건강가전의 하나인 공기청정기도 마찬가지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유럽 공기청정기 시장은 연간 18만대 규모였다. 전체 세계 시장 2.5%의 수준이다. 미국(372만대), 일본(200만대), 한국(75만대)의 보급률을 감안할 때 충분한 잠재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이야기다.
홍 사장은 “비록 유럽 지역의 데이터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엇비슷하다”며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알레르기 보유 인구가 크게 늘면서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도 빠르게 성장하는 건강가전 시장을 겨냥해 공격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09’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명함을 내밀었다. 글로벌 브랜드 ‘코웨이’를 선보이고 건강가전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웰빙 문화가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자체 제품력과 연구 개발 역량이 충분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주와 아시아에 집중해 있는 해외 법인을 세계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법인별로 현지 적합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해외 시장에서 2011년 매출 150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 개척에 뒤늦게 포문을 열었지만 홍 사장이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기술력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집중 투자하는 분야가 연구 개발과 디자인 분야입니다. 2007년 2월 문을 연 웅진코웨이 R&D센터는 서울대 연구공원에 투자한 기업 중 최대 금액인 580억원이었습니다. 이 곳에는 45개 실험실과 182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웅진코웨이의 의지인 셈입니다.”
코웨이는 연구 개발과 함께 디자인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8년 8월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세계 4대 디자인상을 모두 휩쓰는 ‘디자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웅진코웨이는 올 한해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악재에도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올해 최초로 3분기 누적 1조원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안정적인 14%대를 유지했다. 고객 사이트도 21만 계정이 늘어나면서 461만 사이트로 ‘5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카드포인트를 활용해 공짜로 정수기를 쓸 수 있는 ‘페이프리’ 서비스가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누적 동기(1∼3분기) 대비 신규 렌털 판매량도 16.8% 증가했다.
홍 사장이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역시 해외사업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공기청정기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카펫 문화와 애완동물 문제로 공기청정기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공기청정기 수출 규모가 정수기를 앞지를 정도입니다. 공기청정기는 전략 상품으로 코웨이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수기는 탄산수 정수기 등 지역 시장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웅진코웨이의 최대 경쟁력인 ‘코디’ 시스템을 아예 해외에 이식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이미 말레이시아와 미국은 코디 시스템이 안정화하면서 매출이 오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 국가에 맞는 맞춤형 건강가전을 출시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가령 비만과 실버 인구가 많은 미국 시장은 비데를,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유럽은 탄산수 정수기를, 황사 문제가 심각한 이란은 공기청정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이다.
특히 내년은 해외사업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은 수처리사업 등 신규사업의 장기 로드맵을 실행하며 회사의 지속 성장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수처리사업은 웅진케미칼·극동건설 등 계열사와 힘을 합쳐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목표입니다” 홍준기 사장은 “국내에서 가전 3사의 위상을 확보하고 세계에서 글로벌 1위 환경가전 브랜드 입지를 쌓아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