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 시장을 손에 거머쥔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은 작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이 강점인 중소기업의 특성을 발휘해 대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작은 규모의 시장을 공략, 각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우뚝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모아텍, 에스피지, 엘엠에스 등 부품업체는 위기 속에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위기 이전보다 최대 10%까지 높이며 ‘글로벌 톱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특히 엘엠에스와 아이엠은 금융위기 기간에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기쁨을 누렸다.
일본 등 주요 경쟁사의 성장세가 환율 영향으로 주춤하는 사이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았다. 금융위기 동안 국내 세트업체가 비교적 타격을 덜 받은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 LG 등 세트업체는 경쟁사에 비해 생산 규모 감축 속도를 늦추면서 협력업체인 부품회사들도 금융위기 이전 생산 규모를 유지했으며, 최근 늘어난 글로벌 부품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여건까지 갖췄다.
스테핑 모터 전문기업인 모아텍은 주력 제품인 광저장매체(ODD)의 활황에 힘입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작년 동기 대비 6%포인트(p) 증가한 60%로 끌어올렸다. 몇 해 전만 해도 선진 업체에 기술을 이전받아 OEM 방식으로 생산했지만 지금은 당당히 세계 일등을 자랑한다. 휴대폰용 프리즘시트 제조기업인 엘엠에스도 국내 휴대폰 업체의 활황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작년 동기 대비 10%p 증가한 60%를 차지했다. 최근 3M과의 특허소송에 승리해 특허 장벽 안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만들어냈다. ?
나우주 엘엠에스 사장은 “아직도 외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품 분야가 굉장히 많다”면서 “독점 시장은 단단한 진입장벽을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소기업이 도전정신을 가지고 공략한다면 뚫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에스이도 세계 마이크로폰 시장 점유율이 작년 동기 대비 5%p 증가한 50%를 기록했다. 특히 내년 스마트폰의 수혜가 예상돼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입체 음감을 위해 한 개만 쓰던 마이크로폰을 두 개 이상 채택하는 모델이 늘기 때문이다. 또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멤스 마이크로폰 분야에도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 기술력 우위를 확보했다.
광픽업 모듈업체인 아이엠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난해 4분기에 DVD 시장 1위로 등극해 올해 말까지 독보적인 체제를 유지했다. 아이엠은 올해 작년 동기 대비 8%p 증가한 34.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2위인 산요(25.8%)와 격차를 계속 벌렸다. 에스피지는 냉장고 얼음 분쇄기 모터 세계시장 90%를 차지해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독점시장 체제를 유지한다.
김현준 한국기술정보서비스 사장은 “1000억원 정도 규모의 작은 시장을 공략해 세계 1위로 올라선 국내 부품업체가 늘고 있다”면서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면 다른 제품군으로 진출이 유리하기 때문에 국내 부품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모아텍, 에스피지, 엘엠에스 글로벌 메이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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