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휴대폰시장의 최대 화두는 ‘스마트폰’이다. 정보기술(IT) 기기에 밝은 이른바 ‘얼리어댑터’나 ‘테키(Techie)’들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도 시장 개화의 닻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모바일 에코(생태계)’ 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걸음마 단계임은 분명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아이폰 열풍은 강력한 하드웨어 기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조사와 이통사, 그리고 개발자 등 생태계 주체간 상생의 구조를 실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앱스토어(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통해 구체화됐다. 개화기를 맞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성공조건으로 앱스토어의 현황을 살펴보고 발전적인 에코 시스템 구현 방안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꿈틀대는 스마트폰 시장=지난달 28일 KT가 아이폰을 정식 출시한 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 ‘T옴니아2’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공급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가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의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다.
이는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이어진 휴대폰 판매량 감소세를 반등시켰고 아이폰 견제와 스마트폰 수요 흡수를 겨냥한 이동통신사와 삼성·LG 등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후속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신년 벽두부터 아이폰 대항마로 꼽히는 다양한 안드로이드폰을 비롯해 리모(LiMo)폰과 윈도모바일(WM) 6.5버전의 신제품들이 새로운 고객을 유혹할 예정이다.
더욱이 포화된 음성통화 시장에서 새 수익원으로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수요에 주목한 이통사들의 최근 요금제 상품은 과거 소비자들을 지배한 ‘요금폭탄’ 공포를 옛일로 돌리고 있다.
◇애플 신화 ‘앱스토어’=아이폰의 성공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에 큰 뿌리를 두고 있다.
휴대폰에 사전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서적·게임·엔터테인먼트·금융·뉴스·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 개발자(사)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자신의 애플리케이션 거래로 발생한 수익의 70%를 가져감으로써 제품개발의 동기를 갖게 되고 애플은 ‘아이폰 판매→앱스토어 이용→개발자 참여확대/무선인터넷 이용증가→아이폰 구매 확대→애플리케이션 확대’라는 모바일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했다. 제조사·이통사·개발자 등 시장주체가 모두 이득을 취하는 ‘상생’의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개통된 애플 앱스토어는 현재 1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올려져 있고 누적 다운로드 건수도 지난 4월 10억건을 넘어 최근 15억건 선을 돌파하며 가공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앱스토어 전쟁 가속페달=애플의 앱스토어가 낳은 신화는 다른 경쟁 제조사들은 물론이고 이동통신사업자와 글로벌 SW업체로까지 영향을 미쳐 이른바 ‘앱스토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블랙베리로 잘알려진 림(RIM)이 지난 4월 ‘앱 월드’를, 세계 휴대폰 1위 노키아도 5월 ‘오비 스토어’를 개설했고 모토로라도 ‘모토 데브’를 운용 중이다. 또 OS·검색엔진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안드로이드마켓’과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가동하며 제3의 대전을 준비 중이다.
우리 업체들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에서 자사 제품을 위한 앱스토어와 개발자 지원 사이트를 운용 중이며 SKT와 KT도 올들어 각각 ‘T스토어’ ‘쇼 앱스토어’라는 간판을 내걸고 국내 앱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윤정호 로아그룹 책임연구원은 “애플이 제조사로서 3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배경에는 앱스토어가 자리잡고 있다”며 “개발자들이 시장성에 대한 확신을 갖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과 유인책을 잘 정비해야 성공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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