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가 열렸다. ‘기술규제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이날 회의 안건 중에는 ‘연구개발비 분야 벤처·이노비즈 인증기준 통합’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이상했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2개의 인증제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하나로 통합한다는 원칙도 정했다. 그런 가운데 대뜸 두 인증제 통합에 앞서 연구개발비 중복 인증 기준을 내년 6월까지 ‘단일화’하라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벤처 인증을 받은 기업이 이노비즈 기업 인증을 받을 경우 상이한 연구개발 산정 기준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현황’도 담았다.
중기청은 당황했다. 두 제도 단일안을 국민권익위 요청에 따라 내년 3월까지 도출해야 하는 가운데 국경위 요청을 받아들이면 내년 6월까지 두 제도 각각의 연구개발비 중복 인증 기준 단일화하는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이중작업’을 하는지를 물었더니, 중기청 관계자는 “(이 내용을)충분히 설명했다. 국경위 담당자에게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국경위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업계 지적을 받아들였다’는 전제와 함께 “중기청에서 내년 3월까지 제도 통합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저희도 국민권익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통합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위 역시 중기청 말대로 내년 3월까지 규제완화작업을 추진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른 정부 관계자에게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을 개선방안에 넣은 이유가 안건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뭐 다 그런 것 아니냐”고 어색하게 웃었다.
‘전봇대’를 뽑기 위해 매진한 국경위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실용주의의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국경위가 출발한 지 2년째가 되면서 더이상 규제할 꺼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뽑고 있는 전봇대를 또 뽑겠다’고 나설만큼.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