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사채 전자증권화 사업에 역점”

“단기사채 전자증권화 사업에 역점”

 “빠르면 2011년 6월부터 단기사채 전자증권화가 시행됩니다. 단기사채가 전자증권으로 발행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이 단기사채 전자증권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2011년 상반기 단기사채 전자증권 시행을 목표로 내년 하반기부터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지난 10월 정부가 1년 미만의 단기사채 발행과 유통 과정을 전산상에서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단기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이수화 예탁결제원 사장(55)은 “단기사채 전자증권화는 시장에 엄청난 파급을 몰고 올 제도”라면서 “그럼에도 기업 자금조달 담당자들이 제도의 주요 내용과 활용 방법, 효과 등을 여전히 잘 모른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기사채는 현재 기업이 자금 조달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어음(CP)을 사실상 대체할 수단이다. 기업어음은 최소 수십억원 단위로 시장에 나와 유통이 쉽지 않고, 실물로 발행돼 위·변조 또한 쉽다. 1년 미만의 단기사채가 전자증권으로 발행되면 어음을 최소 단위로 쪼개 매매할 수 있고, 위조 가능성을 원천방지할 수 있다.

 이수화 사장은 “발행·유통상의 비용 절감은 물론 만기를 최소 하루 단위로 설정할 수 있어 유통시장 활성화 등 이점이 많다”며 “통합시스템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을 관리해 단기 기업금융 시장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현재 99%에 달하는 기업어음이 단기사채로 발행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256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화 사장은 궁극적으로 모든 증권이 전산상에서 등록·유통되는 전자증권제도가 예탁원이 추진하는 업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8월 시행 예정인 전자주주총회에 이어 단기사채 전자증권화, 전자증권제도 순으로 자본 시장이 원활하게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예탁결제원이 중심에 있겠다는 선언이다.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 업무 특성상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드물어 그동안 의사소통에 소홀한 면이 있다”며 “고객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헤아리는 역지사지 리더십으로 고객에 먼저 다가가는 예탁원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예탁결제원 수장에 발탁되면서 내건 이 사장의 ‘역지사지’ 리더십이 예탁원의 행보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