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하나카드 지분 인수, 업계 반응은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지분 인수에 대한 업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드디어 ‘통신과 금융’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도대체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통신과 금융의 시너지 찾기는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다. SKT는 이미 10년 전부터 금융과 통합한 상품 개발을 추진해 왔다.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모바일카드부터 휴대폰에서 인터넷쇼핑몰을 서핑하다 결제하는 모바일쇼핑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됐다. 이 노력이 10여 년 만에 성사된 만큼, SKT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어떤 캐시카우(먹거리)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았다.

 지난해 신한카드와 KT(당시 KTF)는 신한KT모바일카드를 공동으로 세웠다. 3G 모바일카드 확산에 매진할 것 같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모바일카드를 확산시키려면 ‘동글(결제단말기)’이 시장(가맹점)에 깔려야 하지만 이 비용이 너무 큰 부담이다.

 SKT가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도 챙길 수 있지만 설치비 부담이 큰 이 모바일카드 시장을 어떻게 개척할지 관심사다. 현재 가맹점 수는 전국에 200만곳 이상이다. 여기에 10만원 이상 하는 동글을 까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 이동통신사 그리고 가맹점 모두 동글 설치의 부담으로 깔지 못하며 모바일카드 시장도 열리지 않는다”면서 “만약 단말기를 다 깐다면 시장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강태 하나카드 사장이 최근 “지금까지 플라스틱 카드는 카드 한 장에 한정된 서비스만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 외 서비스를 받으려면 다른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등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와 통신 결합을 통한 서비스를 펼칠 의사로 풀이됐다.

 KT도 비씨카드 인수를 통한 카드업 진출을 타진 중이다. KT까지 가세한다면 동글 설치비 문제는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선결 과제를 해결하게 되면 모바일 중심의 결제 시장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전망이다.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할 시대가 다가온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유선 인터넷이 부럽지 않은 수준의 데이터 통신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갑까지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SKT는 음성 통화에 집중된 매출 스펙트럼을 금융 사업의 결합으로 다양하게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금융서비스인 ‘스마트페이먼트’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유심(USIM) 카드에 결제와 멤버십·쿠폰·포인트 등 다양한 금융 결제 기능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기존 휴대폰에 금융 기능 USIM을 삽입하면 곧바로 신용카드로 쓸 수 있다. 운용 중인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인 T캐쉬와 레인보우 멤버십 카드, 기프티콘(쿠폰 서비스), 배너 광고도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고객이 골라 쓸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카드사와 통신사가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을 놓고 전쟁을 벌여왔다”고 표현했다. SKT와 KT의 행보는 지급결제 서비스의 주체가 누가 되는지와 밀접하다. 하나카드 지분 인수로 SKT는 금융 결제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기반이 생겼다. 이통사들이 통신업의 울타리에서 드디어 벗어나는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크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