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시장은 더 큰 고통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는 과연 끝난 걸까. 아니면 ‘더블 딥’으로 명명되는 침체의 나락이 아직도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 걸까.
내로라하는 거시경제학자들도 현재의 경제 위기를 예측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위기를 경고하고 대응법을 일러줘 실전 경제학의 구루가 된 전 하버드 경제학 교수 테리 번햄. 그가 2005년 출간한 화제의 책이 개정증보판 형태로 다시 독자를 찾았다.
‘가난을 피하는 최고의 지침서’ 개인들이 예측 불가능한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파산에 이르지 않고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그 해법을 시장의 비합리성을 이해하는 데서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최신 경제학의 흐름은 인간의 행동과 신경을 분석하고, 심지어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에 관한 연구까지 접목해 일관적인 이론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번햄 교수는 “시장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고 예측과 전망이 불확실하고,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엄청난 편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인간의 의사 결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뇌의 신경인 뉴런이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변수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 인간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흐름이 있는 걸까.
저자는 우리의 뇌는 아주 보수적이어서 인류가 수렵이나 채집을 하던 시대의 구조가 견고히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사회는 복잡해도 인간은 도마뱀의 뇌 구조로 대응하기 때문에 수많은 갈등이 생긴다는 것. 또 이성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탐욕과 두려움, 불안, 공포 등의 감정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를 이해하고 대응할 때만이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번햄 교수는 “시장은 아주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비열하지만, 누군가에겐 엄청나게 자비로울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경험을 누적해야 성공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테리 번햄 지음, 서은숙 옮김, 갤리온 펴냄,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