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하드웨어 설계 능력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만나면 기대작이 탄생한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검증된 사실이다. 마우스, 키보드, 웹캠 등 PC 주변기기는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비록 PS3와 닌텐도 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는 MS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MS는 최근 샤프와 협력해 휴대폰을 만들고 있고 일부에서는 윈도7 기반 소형 태블릿을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이크로하드웨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8월 북미 지역에 단독 출시된 준(Zune)HD 역시 MS의 저력을 보여 준 제품이다. 출시 전부터 아이팟 대항마라는 애칭이 따라 다니며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준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 ARM프로세서를 사용한 아이팟 터치와 달리 엔비디아 테그라(Tegra) 칩을 사용해 모바일 기기 전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점이. 테그라는 컴퓨터용 그래픽 칩셋 업체의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모바일 시장 진출을 겨냥해 출시한 제품이다. 특히 가속 성능은 탁월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매우 높아 삼성 등에서도 이미 테그라 기반 MP3 플레이어(YP-M1)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상당히 흥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아이팟보다 무게는 더 가벼우면서도 재생시간은 더 길어졌다. 아이팟터치는 114.8g이지만 준HD는 73.7g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생시간은 준HD가 음악 33시간 비디오 8.5시간, 아이팟터치가 음악 30시간 비디오 6시간이다. 완전 충전까지 준HD가 2시간, 아이팟터치는 4시간이 걸린다. 준HD의 완승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흥미 있는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바로 인터넷익스플로러 모바일과 사파리 모바일의 경쟁 구도다. 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준 마켓플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의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애플리케이션 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팟 터치가 많다. 준 마켓플레이스는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MS가 최근 무료로 공개한 PGR(프로젝트고담레이싱) 등 엔비디아 3D 가속을 활용한 게임에서 잠재적인 하드웨어 성능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음을 확인했다.
아이팟 사용자들이 부러워하는 또 다른 매력은 ‘준 패스’. 한 달에 14.99달러를 지불하면 최신 음악 MP3를 무제한 내려 받을 수 있다. 한곡당 최소 1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아이팟 사용자들은 부담이다.
기기 가격도 준HD가 더 저렴하다. 준HD 가격은 16GB 모델이 219.99달러, 32GB 모델은 289.99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경쟁 모델 아이팟터치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 수준이다. 애플은 8GB 모델을 229달러, 16GB 모델을 299달러, 32GB 모델을 399달러에 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몰린 ‘윈도 모바일’을 걱정한다. 버전 6.5까지 출시됐지만 심비안이나 아이폰, 심지어 갓 선보인 안드로이드에게도 밀려 버렸다. 하지만 많은 마니아들이 “준HD에 휴대폰 모듈이 결합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래서 준HD는 MS 변화의 전조(前兆)다.
서명덕 ITViewpoint.com 운영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