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국내 출시된 뉴 S80 D5를 시작으로 볼보의 디젤 모델들이 줄줄이 새 심장을 이식받았다. D5는 볼보의 직렬 5기통 디젤엔진 중 상위 버전을 일컫는 명칭으로, 이름이나 2.4리터의 배기량은 예전과 같지만 그 알맹이가 완전히 바뀌었다. 볼보가 강화된 배기규제를 만족시키고 고급 차에 어울리는 정숙성과 세련미를 더하기 위해 3년을 투자해 새로 개발한 엔진이기 때문이다. 피에조 인젝터 등 최신 디젤 기술을 적용하고 각종 손실을 줄여 연소효율을 높였으며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두 개의 터보차저(과급기)를 붙여 넓은 회전영역에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터보가 하나였던 기존 D5 엔진과의 차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185마력에서 205마력으로 상승된 최고출력. 으레 엔진 힘이 세지면 연료소모도 커지게 마련이지만 새 D5엔진을 탑재한 S80은 연비 또한 향상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었다.
1500vpm이라는 낮은 회전 수에서부터 4.0리터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42.8㎏·m의 강력한 토크가 분출되고 최고출력이 나오는 4000vpm까지 뿌듯한 가속이 계속되니 성능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을 웃돈다. 0-100㎞/h 가속을 8.5초에 끊을 수 있고 최고속도는 230㎞/h, 6단 자동변속기는 100㎞/h에서 1500vpm을 유지하게 한다. 6기통 가솔린 엔진 못지않은 소리를 낸다는 볼보의 표현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소음 역시 많이 줄었다. 여전히 개선의 여지를 남긴 부분은 정차 중의 진동이지만, 이것이 더 심했던 이전 엔진을 얹고서도 국내시장에서 디젤세단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던 것을 보면 (일부는 프로모션의 효과지만)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매력은 진작에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뉴 S80은 새로운 디젤엔진의 적용뿐 아니라 실내외도 변경을 거쳤는데, 흔히 얘기하는 ‘페이스리프트’ 치고는 바뀐 부분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볼보 마크가 크게 부각된 새 라디에이터 그릴이 앞모습 변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급 모델의 C30과 C70이 내년에 완전히 새롭게 출시되는 S60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티 나도록 성형수술을 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볼보의 기함인 만큼 어줍잖게 모양을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핸섬한 디자인을 잘 살려 상품성을 높이고자 했고, 특히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것이 바로 이 D5 모델인 듯하다.
기존의 D5는 알게 모르게 S80 중 보급형 모델이라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S80 중 최고급형인 이그제큐티브에나 적용되던 호사스러운 장식들까지 물려받았으니 말이다. 앞범퍼의 흡기구를 가로지른 크로뮴 장식은 도어 하단부를 거쳐 테일램프까지 이어지고, 바닥을 향했던 배기파이프는 이제 자신 있다는 듯 양 갈래로 뽑아져 후방을 바라본다. 소심하게 보였던 수입초기의 16인치 휠 대신 스포티한 5스포크 17인치 휠이 기본이고, 원한다면 액세서리로 준비된 다른 디자인의 휠도 선택할 수 있다.
실내에서는 은은한 광택의 금속소재로 액센트를 더해 모양을 준 센터콘솔과 새 스티어링 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D5는 계기판 디자인도 상급 모델처럼 고급스러워졌다.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뒷좌석은 앉는 부위를 낮췄는지 머리 공간이 예전보다 넉넉하게 느껴진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뒷좌석 열선도 반가운 사양. 뒷좌석용 송풍구는 B필러 부분에 위치했다. 상급 모델들과 비교하면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이나 액티브 벤딩(코너링) 라이트 기능은 빠져 있지만 그 외에 사각지대 감시장치(BLIS), 차선 이탈 경보장치(LDW), 운전자 경보장치(DAC), 개인 통신 리모컨(PCC), 바이제논 라이트 등 어지간한 안전, 편의사양은 두루 갖추었다. 여기에 13.3㎞/L의 공인 연비와 5480만원이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갖추었으니 당분간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효자모델 자리를 내놓을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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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