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례로 본 성공적인 IT통합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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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슈 _ IT통합(IT콘솔리데이션)

IT통합(Consolidation)은 미 공공IT 책임자들에게 3년 연속 화두가 되고 있다. 지방 분권화와 전자정부가 각각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IT서비스, IT인력이 여기저기 배치되는 분편화 현상으로 이미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많은 공공기관들이 데이터센터 통합을 고민하고 있지만 최근 IT통합의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미 공공기관들을 살펴보면 성공적인 IT통합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물리적 IT자원 통합 △IT조직과 운영 중앙화 △IT서비스 계약 통합이 그것이다. 여기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흔들림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CIO는 물론 보다 상위 책임자의 확고한 지지가 필수다.

미국 주정부CIO연합(NASCIO)은 2010년 주정부 CIO와 IT임원, 관리자들이 우선순위를 둬야 할 10대 정책 중 하나로 IT통합을 꼽았다. 서비스와 운영, 자원, 인프라스트럭처, 데이터센터의 중앙화 및 통합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T통합 이슈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NASCIO 2009 우선순위 정책 목록에도 통합은 올라가 있다. 오히려 2009년에는 1위였다가 2010년 3위로 떨어졌다.

2009년 주정부 IT 정책 우선순위 1∼3위는 △통합 △셰어드 서비스△예산과 비용 통제였고, 내년도 IT정책우선순위는 △예산과 비용 통제 △통합 △셰어드 서비스다. 3위였던 예산과 비용 통제가 내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IT통합과 셰어드 서비스는 IT예산/비용 통제와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예산과 비용 통제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IT통합 및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제공되는 셰어드서비스가 부상할 수밖에 없다.

IT통합은 물리적 IT자원의 통합과 IT조직/운영의 중앙화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는 IT통합을 책임지는 확고한 주체 없이는 힘들다. 대부분 그 역할을 CIO에게 돌린다. 그러나 CIO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IT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상위 책임자의 확고한 지지가 필요하다. 올해 미 주정부기술챔피언어워드(STCA)가 콜로라도주 주지사에게 수여된 것도 그 때문이다.

◇CIO와 상위 책임자의 추진력 필요=STCA는 미 NASCIO가 각 주의 IT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최근 발표된 2009년 STCA는 콜로라도주의 빌 리터 주지사에게 돌아갔다.

CIO가 아닌 주지사에게 STCA를 수여했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NASCIO는 리터 주지사가 콜로라도주의 IT서비스 통합에 핵심 파트너이자 동력으로서 역할했다며 수상 사유를 밝혔다. 콜로라도주의 3년에 걸친 대규모 IT통합 프로젝트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확실한 후원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콜로라도주는 부서별 CIO들의 역할 재조정부터 대규모 통합계획 운영에 이르기까지 IT통합을 위한 전체 어젠다를 갖고 있었다. 광범위한 통합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IT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다른 많은 CIO들과 마찬가지로 유지보수와 혁신의 비중 때문이었다.

콜로라도주는 분편화 상태의 IT 인프라스트럭처로 복잡성이 증가했고 유지보수에 업무 시간 대부분이 투입됐다. 콜로라도주 로가티스 CIO는 “우리 시간의 80%가 유지보수에, 겨우 20%만이 혁신에 쓰였다”며 이 비율을 뒤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IT통합 프로젝트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그 결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반인에게 이해시키기는 힘들었다. 시민들은 막대한 투자를 들인 IT통합으로 당장의 시민 서비스에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3년 전 콜로라도주의 IT는 더 시급해 보이는 사안들이 있었고 공공장소에서 PC 이용 불편 등 시민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시민들은 시민복지서비스 등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부 서비스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는 대민서비스 시스템이 문제가 많은데도 로가디스가 CIO로 임명된 지 16개월이 지나도록 기획서와 법안 초안을 작성하며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낸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IT통합의 열매를 얻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대중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상태에서 콜로라도주는 시민들의 불만과 언론의 지적을 감수하면서 IT통합을 추진했다. IT통합 및 엔터프라이즈 IT 아키텍처가 제공하는 혜택은 시간과 공감대, 협업 그리고 보다 상위 수준의 IT관리와 거버넌스를 필요로 했다. 주정부 최고 의사결정자인 주지사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미 공공IT 전문지인 GCN은 “빌 리터 주지사는 주정부의 IT가 어떻게 형질변화(트랜스포메이션)를 이뤄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과, 왜 변경돼야 하는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터 주지사의 비전은 주정부 산하기관들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견고한 정책 결정을 지원하고, 하나의 정책 결정이 다른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가시화 하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주, IT서비스 통합 발주로 4억달러 절감=캘리포니아주정부는 최근 2009년 IT비용 중 4억달러(한화 약 4648억원) 절감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초 IT비용 지출에 관한 IT자산 5개년 계획(ITCP)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성과는 이 계획에 따라 1차년도인 2009년 첫 해에 이뤄진 것이다.

ITCP의 목표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요구되는 IT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IT프로젝트와 조달을 주정부의 정책과 우선순위에 긴밀하게 정렬시키기 위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ITCP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2013년까지 IT통합으로 약 15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IT조직/운영 중앙화와 CIO에 대한 강력한 권한 이양이 선결 과제였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주정부 CIO와 캘리포니아 주정부CIO사무소(OCIO)다. 캘리포니아 OCIO는 2006년 캘리포니아주의회에 의해 설립됐다.

캘리포니아 OCIO는 주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100여개의 대형 IT프로젝트를 관리 감독한다. 주정부 산하기관과 부서별로 추진하는 중소 IT프로젝트까지 따지면 600개도 넘는다. 이 모든 프로젝트에 70억달러 이상이 11년에 걸쳐 투입돼 왔다. 캘리포니아 OCIO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하는 다수의 IT프로젝트와 거대한 비용 투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프로젝트 관리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법론을 구현했다. 여기에는 IT프로젝트 추적용 디지털 대시보드가 포함된다.

그리고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 아놀드 슈왈츠제너거 주지사는 주정부 IT서비스의 통합과 재조직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OCIO와 캘리포니아 주정부 CIO인 테리 다카이는 캘리포니아주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에 대한 더욱 강력한 통제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것이 5개년 계획의 첫해에 수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한 기반이 됐다. 주정부 CIO는 엔터프라이즈 IT 관리뿐 아니라 IT조달 정책에 최고 권한을 갖게 됐으며, 다양한 종류의 IT서비스 계약을 통합 발주, 관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IT서비스를 통합 발주하고 있다. NASA는 기존 다수의 IT서비스 계약을 5가지로 통합해 이달 제안요청서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IT 인프라스트럭처 통합 프로그램(I3P) 아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테크놀로지(EAST) △웹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테크놀로지(WEST) △NASA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NEDC) △에이전시통합최종사용자서비스(ACES) △NASA통합커뮤니케이션서비스(NICS) 등 5가지 서비스로 통합했으며, 계약고는 4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서비스 계약의 통합 발주 및 관리는 유지보수비 등 IT비용절감에 큰 효과를 가져다주지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IT서비스 계약을 통합 발주하기 위해서는 우선 필요한 서비스들을 분류하고 유사하거나 관련 있는 서비스끼리 묶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줄 수 있는 서비스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이 모든 작업의 최우선에는 IT서비스들을 발주하고 외부 서비스 업체를 관리할 조직 구성이 먼저다. 그리고 IT조달에 대한 통제권을 이양해야 한다. 물론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IT통합의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조직의 단계별 감사가 철저히 병행돼야 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