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세계 첫 `메모리 가상화`

대구은행, 세계 첫 `메모리 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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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은행이 기존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에 적용되는 가상화를 넘어 메모리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유닉스 서버 환경에서의 메모리 가상화는 대구은행이 세계 최초 사례라고 한다. 하지만 금융권을 비롯한 여러 산업군의 기업들이 대구은행의 메모리 가상화 프로젝트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세계 최초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대구은행의 메모리 가상화를 벤치마킹하는 많은 기업들은 대구은행이 향후 진행할 대규모 프로젝트인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 하드웨어(HW) 비용을 메모리 가상화로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차세대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의 노후화 된 HW를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대부분 추진하게 된다. 이 때 발생되는 구매 비용이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이다.

◇노후 서버 고민하다 메모리 가상화 시도=대구은행이 서버 메모리 가상화를 검토하게 된 것은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노후 서버를 교체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메모리 가상화를 추진하기 이전에 대구은행은 노후 서버가 10여대 존재했고 성능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은행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많은 시중은행에서 도입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가상화였다. 새로운 서버를 도입해 가상화 환경을 구축하고 기존 노후화된 서버의 업무를 새 서버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런 방안을 수립하던 중 대구은행은 서버 메모리도 CPU처럼 가상화를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CPU처럼 메모리도 특정 피크 타임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많은 양의 메모리가 유휴 상태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가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었다. 기존에 메인프레임 서버에서 메모리를 가상화 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유닉스 서버 환경에서 메모리 가상화를 적용한 것은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메모리 가상화를 하고 싶어도 참고할 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구은행은 서버 공급업체인 한국IBM과 이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IBM은 미국 오스틴과 로체스터 연구소에서 기존 메인프레임 서버에 적용했던 메모리 가상화 기술을 유닉스 서버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던 시기였다. 대구은행의 신기술 도입 요구와 IBM의 선행 연구가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대구은행과 한국IBM은 즉각적으로 메모리 가상화 프로젝트를 착수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메모리 가상화를 세계 최초로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 변화에 IT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당장 HW비용절감 기대…IT자원 최적화 목표=메모리 가상화 프로젝트는 요건 분석과 설계 작업을 시작으로 총 4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첫 단계인 요건 분석 및 설계 작업을 통해 대구은행은 메모리 가상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수립했다. 목표는 간단했다. IT자원 활용의 효율화였다. 이어 메모리 가상화가 적용 가능한 시스템을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메모리 가상화를 위해서는 IBM AIX6 운영체계(OS)를 사용하고 있어야 했다. 아직은 AIX5.3이나 리눅스 OS에서는 메모리 가상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번째 단계로 본격적인 메모리 가상화가 적용됐다. 그러나 최초 구현사례라, 더욱이 안정화가 많이 요구되는 은행 시스템이어서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메모리 가상화를 통해 시스템 가용성을 높이고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를 위해 미국에 있는 IBM 본사 연구원 2명이 대구은행에 파견되기도 했다. 이들이 마련한 방안은 메모리 가상화를 통해 만들어진 셰어드메모리 풀에 대한 이중화와 튜닝 작업을 꾸준히 해 가용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후 마지막 단계로 대구은행은 메모리 가상화를 적용한 서버에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결과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현재 메모리 가상화가 적용된 유닉스 서버에는 인사(HR)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업무 애플리케이션이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대구은행은 기존 노후 서버 10대를 메모리 가상화가 적용된 2대의 유닉스 서버로 통합할 수 있었다.

대구은행은 메모리 가상화를 통해 IT인프라 최적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는 당장 본격화 될 예정인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 투입돼야 할 HW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IT자원이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비용 효율적인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대구은행의 목표다.

【미니인터뷰】

정영만 대구은행 IT사업단 본부장(CIO)

- 메모리 가상화 진행 상황은.

▲ 현재 메모리 가상화는 일부 업무 및 테스트 업무에 병행 적용해 운영 중이다. 운영 성과 및 향후 추가 업무 발굴을 위해 성능 데이터를 수집하고 도입 효과를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만족해 하고 있다.

- 차세대 프로젝트에도 메모리 가상화를 적용할 계획인지.

▲ 이번 메모리 가상화는 인터넷뱅킹, 폰뱅킹, 전략정보시스템 등 차세대시스템과 관계 없는 정보계 업무 위주로 추진된다. 가상화 기술을 정보계 업무에 먼저 적용하지만 향후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도 동일한 가상화 기술을 구현해 적용할 예정이다.

- 프로젝트 추진이 쉽지 않았을텐데.

▲ 메모리 가상화를 적용하겠다고 결정짓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다른 은행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최첨단 기술을 구현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IBM 미국본사 시스템 기술연구소에서 직접 방문해 기술 지원을 받음으로써 해소할 수 있었다. 가상화 기술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컨설팅과 구축작업을 지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소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 향후 추가 계획은.

▲ 대구은행의 서버 가상화 추진 마스터플랜은 1단계로 CPU 가상화 및 서버 통합 사업, 2단계 IO 및 메모리 가상화, 3단계 윈도 서버 가상화다.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변화에 능동적인 그린IT 구현이 목표다. 현재는 2단계 사업의 일부 메모리 가상화가 완료돼 내년에 메모리 가상화 업무 확산과 3단계 윈도 서버 가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