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국내 금융그룹으로는 여섯번째로 출범한 메리츠금융그룹은 화재보험, 증권, 종합금융, 투자운용사 등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옛 동양화재)가 87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등 메리츠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 업력만큼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메리츠금융그룹이 최첨단 IT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IT로 무장한 선진금융사를 모토로 말이다.
“내년이면 메리츠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동시에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착수합니다. 또 지난해부터 그룹의 IT셰어드서비스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IT가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지난해 4월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의 IT인력과 자원을 통합해 그룹 IT자회사로 출범한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의 조성우 대표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도약을 위한 IT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의 IT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보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다. 내년이면 모두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IT 프로젝트인 만큼 어떻게 하면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고민거리인 것이다. 현재 조 대표의 고민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 대표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성공적인 차세대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젝트관리조직(PMO)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또 아키텍처 관점에서의 역량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 대표가 PMO 기능과 아키텍처 역량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에 속해 있는 산업에서의 법규 변화가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보험업법과 자본시장법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고 이에 따른 산업환경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차세대시스템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PMO 기능과 아키텍처 역량 강화는 필수라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실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보험업법과 관련된 보험판매전문회사 등의 규정들은 아직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을 둘러싼 환경변화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금융산업은 급변하는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변화되는 비즈니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 확장이 용이하도록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프로세스혁신(PI) 작업을 완료하고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상세설계를 진행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내년 1분기까자 PI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두 금융사 모두 내년 1분기 중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착수될 예정이다. 단, 메리츠화재는 지난 2007년 하드웨어에 대한 리호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만 이뤄지게 된다. 두 금융사 차세대 프로젝트 규모는 합쳐서 약 6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조 대표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다. 바로 그룹의 IT시너지 제고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가 출범해 아직은 IT시너지 제고를 위해 많은 부분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주력 금융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어 IT시너지 제고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되기만을 넋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지난해 출범한 후 현재까지 셰어드서비스센터화 하기 위한 초기 수준의 작업들을 진행한 상태입니다. 두 금융계열사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셰어드서비스센터화 작업이 시작될 것입니다.” 조 대표는 아직은 그룹의 IT시너지 제고를 위해 진행되는 상황은 초기단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IT시너지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들은 올해부터 서서히 본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올해 금융계열사의 국제회계기준(IFRS)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했다. 첫 그룹 공동 IT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다. 이를 통해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기존에 각 계열사별로 자체개발된 재무시스템을 SAP ERP 패키지를 기반으로 재구축했다. 이를 통해 재무시스템에 대한 그룹 표준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통합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컨설팅이 완료된 상태이고 곧 시스템 구축이 착수된다. 통합 그룹웨어도 구축한다. 내년 1분기까지 e메일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시스템을 모두 통합하고 이후에는 두 금융사 차세대 프로젝트와 연계해 포털 구축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차세대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되면 현재 각기 떨여져 있는 데이터센터 통합도 추진한다. 현재 메리츠화재는 현대정보기술 마북리센터에, 메리츠증권은 분당 자체 전산센터에 정보시스템들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된 2년 후에는 자체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정보시스템을 한 곳으로 모을 예정이다. 이 일환으로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통합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부지 선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IT자회사로 분사됨에 따라 혹시 소홀해 질지 모를 현업에 대한 비즈니스 지원에 대해서도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곧 진행될 화재와 증권의 차세대 프로젝트로 인해 즉각적으로 대응방안을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비즈니스어낼리시스(BA) 조직을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현업보다 먼저 비즈니스 이슈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현재로서 메리츠금융그룹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가장 최적의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 업무 입니다. 대외 사업은 향후 충분한 역량을 갖추게 되고 난 이후에나 고민할 사항입니다.” 대외사업을 추진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조 대표는 현재로서는 무엇보다도 메리츠금융그룹의 IT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