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과 관련해 물고기 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3월 로봇 물고기 개발을 발표한 휴셍 후 영국 에식스대학 교수(컴퓨터·전자공학)가 한국에 왔다. KAIST 로봇지능기술연구센터(소장 김종환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초청했다. 후 교수는 지난 8일 대전을 방문해 김종환 교수와 로봇 물고기 기술이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종환 소장(이하 김)=한국에 4대강 살리기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수질 오염을 감시하는 아이디어로 로봇 물고기를 이용한 모바일 센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물고기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인 후 교수와 실용성을 논의해 보고 싶다. 우선 물고기 로봇의 크기가 실용화에 장애가 되지 않나 궁금하다.
▲휴셍 후 교수(이하 후)=에식스대학이 제작한 물고기 로봇의 크기는 1.5m다. 바다 오염을 감시하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사실 물의 깊이는 1m만 돼도 충분하다. 런던 과학박물관의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 로봇의 길이는 80㎝였다. 크기는 실용화에 문제가 안된다.
-김=낙동강에 처음 생태환경모니터링 시스템(스마트 리버 사업)이 시작됐다. 올해 100억원을, 2015년까지 7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나.
▲후=적용 범위나 강의 오염, 강에 사는 물고기를 잘 모르지만 생태환경모니터링 시스템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생태학적으로 친환경적이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먼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작은 범위에 대해 센서 시스템을 만들어 실행 가능성을 먼저 타진한 뒤 적용 범위를 늘려가면 좋을 것이다.
-김=동감한다. 그런데 영국에서 왜 물고기 로봇을 개발하게 됐나. 성능이나 제작 비용도 말해달라.
▲후=물고기 로봇의 무게는 50㎏이다. 한 대당 2만5000파운드를 들였다. 대량 생산한다면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물고기 로봇은 체계적이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고정된 센서 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움직임이 없으며, 관리에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드는 단점이 있다. 앞으론 센서 네트워크와 물고기 로봇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이상적일 것으로 본다. 물고기 로봇의 초기 실험은 물의 깊이가 5m이며, 크기가 10m×10m인 수영장에서 진행했다. 지난 3월 시작한 EU 과제(총 3개년 과제)에선 10㎞×5㎞ 영역의 바다에서 강, 하천과 배로부터 발생한 오염 원인을 찾는 과제를 수행한다. 업체 2곳과 대학 연구실 3곳, 스페인 항만관리위원회가 참여했다. 상업화를 생각하진 않지만, EU는 과제가 끝나는 3년 후에 상용화할 것을 요구한다.
-김=한국에서도 한국기계연구원이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업계에선 하기소닉 등이 센서 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후 교수가 제작한 물고기 로봇은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오염원을 감지하나.
▲후=지느러미로 하지만 충돌과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 로봇 물고기의 배 양 옆에 프로펠러로 구동되는 스러스터(Thruster)를 쓴다. 주로 배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이나 강으로부터 유입되는 페놀 및 납, 구리, 주석 같은 중금속 등의 오염원을 감지한다.
-김=개발 과정의 난제가 무엇인가. 배터리 문제나 잃어버릴 가능성 등이 있나.
▲후=물밑은 로봇에게 사실 거친 환경이다. 크게 네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 전기 장치와 센서, 구동 장치의 방수 문제다. 둘째, 압력도 문제다. 깊은 물에 들어가면 수압이 증가해 부피가 준다. 그러면 부력이 작아지면서 가라앉는다. 다시 수압이 증가하고 따라서 계속 가라앉게 된다. 셋째 문제는 내비게이션 문제다. 어떻게 물속에서 목적지까지 도착하느냐다. 마지막 문제는 장애물 검출과 회피 방법이다. 이밖에 바닷물의 조수와 조류를 예측하는 것도 힘든 문제다.
로봇은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로봇 몸의 일부분을 분리해 무게를 줄여 저절로 떠오르게 하면서 조난(sinusoidal) 신호를 관측소에 보내 물 위에 떠 있는 로봇을 찾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상어와 고래의 공격은 작은 물고기가 늘 직면하는 문제다. 이 문제의 해결은 얼마나 빨리 이 상황에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소음을 이용해 쫓거나 크기를 감지해 도망가게 할 수 있다.
-김=물속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데는 전원 용량이 중요하다. 배터리 극복 대안 기술 연구의 진행 방향은 어떤가. 조류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충전 방식은 검토해볼 만한가.
▲후=현재 배터리를 충전하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런던 수족관에서 8시간 움직였던 ‘G9’과 ‘G11’ 물고기 로봇은 1A 전류, 12V 전압에서 10∼12시간의 충전이 필요했다. 바다에서 물고기 로봇이 움직일 경우 낮 시간에 태양 에너지로 충전하는 방법이 있으나 공급되는 파워가 너무 적은데다 충전 속도도 매우 느려 아직 사용하기 힘들다.
-김=한국에선 배터리 연구도 한창인데 품질이 좋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배터리 문제 외에 데이터 수신엔 어떤 방법을 쓰나.
▲후=소나 시스템(초음파와 무선통신)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신할 계획이다. 소나 통신을 위해 통신 비콘을 바닷물 아래에 1㎞ 간격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오염 물질과 위치를 수신하는데 데이터 크기가 크지 않아 송수신 속도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물고기 로봇이 다른 물고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 테스트해보니 어떤가.
▲후=런던 아쿠아리움에서 전시를 했는데 실제 물고기가 처음엔 로봇을 따라다니며 입으로 물려고 시도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고기 로봇으로 인한 다른 물고기의 스트레스는 없을 것으로 본다. 물고기 로봇은 마그네틱 웨이브를 발생해 소음이 날 수 있다. 인간이 모터를 사용해 만드는 모든 제품에서 생기는 문제긴 하지만, 물고기 로봇의 소음은 배나 잠수함에 비해 훨씬 작다. 소음을 최소화할 방안도 이미 연구해 놓았다.
-김=한국의 4대강에는 물고기 로봇을 단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보다는 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후=오염물 검출 범위를 늘리고 여타의 화학제품도 검출해 유럽 국가의 호수와 강 같은 다른 환경에 적용하는 것이다.
정리=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