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 화폐개혁의 목표는](https://img.etnews.com/photonews/0912/200912100253_10035740_176173394_l.jpg)
북한이 12월 1일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다. 화폐개혁은 경제적 조치지만, 북한체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경제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띤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정치사업을 책임진 노동당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 이는 이번 화폐개혁이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방증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이번 화폐개혁은 ‘정치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김정일정권과 후계체제의 경제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을 꼽을 수 있다. 북한 경제난으로 그동안 묵인해온 장마당이나 농민시장 등 비공식 경제로부터 축적된 자본에 대한 통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체제에 ‘충성하는 자본’은 보호하지만, ‘충성하지 않는 자본’은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중간상인 계층은 김정일정권에 대한 잠재적 저항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경제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언제든 이들의 부(富)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완수하기 위해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정일정권은 잠재적 위협세력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조치는 극심한 인플레를 단번에 해결하고 사회주의 통제경제 틀을 다시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2002년 ‘7·1 조치’를 발표하면서 민간 영역에서의 일정 부문 자율권을 주는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이런 정책을 전면 수정할 뜻을 비췄다.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에서 북한 중앙은행 책임부원 조성현은 “이제 인민경제가 정상적인 상승궤도에 확고히 들어갔다”고 평가하고, 이번 조치가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 원칙과 질서를 더욱 튼튼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한경제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극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기능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북한 경제가 그들이 주장하는 만큼 성장했는지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3.7%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2007년의 -2.7%에 비해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의 성장일 뿐, 1990년대 북한경제의 극심한 불황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경제가 정상 가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외적인 측면에서 화폐개혁이 의미하는 점도 크다. 화폐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자공급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급확대를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내부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며, 다른 하나는 대외 개방을 통한 공급 확대다. 전자의 방법은 북한이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번 조치로 보아 오히려 내부의 공급 동력을 급격히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후자에 대한 전망은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말,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방북과 12월 초, 보즈워스 미국 특사의 방북은 속도의 문제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북한이 하필 ‘이 시점에서’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공급 확대에 대한 희망 혹은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