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올겨울 내복바람이 분다

[현장에서] 올겨울 내복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내복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국무회의 석상에서 내복 입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마운 사람에게 내복 보내기’ 행사가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범국민 내복 입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오는 12일부터 ‘온(溫)맵시로 따뜻하게 20℃’라는 슬로건을 걸고 2009년 에너지 사랑 따뜻한 겨울나기 행사를 통해 내복 입기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내복 입기’ 바람이 불고 있다. 내복의 장점은 무엇보다 외부의 찬바람과 체온 사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주는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착한 옷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집집마다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3도씩 낮추면 에너지 비용이 연간 1조500억원가량 절약된다고 한다. 선진국의 겨울나기는 어떤가. 독일에서는 자녀들의 강인한 체력 증진을 위해 일부러 추운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고, 프랑스에서는 실내의 난방온도를 낮추고 두툼한 속옷을 겹쳐 입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난방시설이 없는 아파트가 있어 겨울철에는 히터를 켜고 내복을 입어야만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법정스님의 산문집에는 고인이 된 동화작가 정채봉씨에게 내복을 선물받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제가 첫 월급을 타던 날 누군가 곁에서 어머니 내복을 사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한테는 내의를 사드릴 어머님도 할머님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생신에 무엇을 살까 생각하다가 내의를 사게 된 것은 언젠가 그 울음으로도 풀 수 없는 외로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내복에 얽힌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빨간 내복은 첫 월급 탄 자녀가 부모님에게 드리는 선물 1순위였다. 내복은 고루하고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건강도 지키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 속옷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내복 입기 붐이 더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김수영 에너지관리공단 경인지역에너지기후변화센터 부장 ksy@kem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