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조직에서 `혁신`의 의미

IT 조직에서 `혁신`의 의미

 ‘IT가 전체 조직 혁신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IT 관련 세미나나 각종 강연의 단골 주제다. 회사의 IT조직을 관리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 이처럼 유혹적인 말도 드물다.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해 보면 많은 CIO들이 주제에 대해 100%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조직 안에서의 IT 위상이나 대우받는 모습에 대해 분노와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혁신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혁신은 항상 자기 스스로부터 시작된다. IT조직 스스로가 혁신적이지 않다면 어떻게 조직 전체를 혁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언제부턴가 IT가 회사 혁신의 주역도 아닌 조력자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내가 속한 IT조직도 여러 차례 혁신을 추진했다.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키워야 한다. 우선 내가 잘 해야 할 일과 남이 잘 해주어야 할 일을 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해야 할 일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남이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아웃소싱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내가 속한 IT조직원들의 핵심역량을 △회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회사 조직 간 및 협력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신 IT기술에 대한 활용능력 △프로젝트 관리능력 등으로 정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잘 정리해서 디렉터리화해 현업과 IT가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면 회사가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고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아직은 팀원에게 업무프로세스(BP)의 전문가가 되라며 종용하는 단계로, 원하는 수준의 시스템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IT조직의 미래를 여는 핵심도구라고 생각하며 개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업과 IT가 공유하며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편리하게 관리하는 만족스런 도구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정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느 부문에서나 중요하다. 특히 IT처럼 직무가 세분화되어 있고 현업과 IT의 시각이 다른 곳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IT 팀원들 스스로가 IT만의 용어로 이야기하지 않고 현업의 비즈니스 용어로 이야기하면서 IT의 특징과 장·단점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 IT 기술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논의가 있어서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LG데이콤은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보수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IT팀원들에게 필요한 프로젝트 관리능력은 프로그램 개발 및 유지보수를 하는 업체 입장의 프로젝트 관리와는 조금 다르다. 따라서 내 상황에서의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란 소소한 프로그램 변경 요구 하나에서부터 회사의 운명을 건 큰 개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현업과 IT조직, 개발을 담당하는 업체를 한 통에 넣고 최적화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 자체가 IT조직의 혁신이라면 이를 잘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가지고 결과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는 IT 혁신의 결과를 크게 적기 개발, 비용 절감, 그리고 품질 향상으로 평가한다. 이 중 품질은 다시 이용자 편의성, 장애율, 응답시간, 고객 만족도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속한 통신업은 경쟁이 극심한 환경이기 때문에 신사업에 사용될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적기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평소 진행되는 다양한 현업의 요구사항에 따른 개발은 무엇이 최우선 가치인지 현업과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IT 팀원은 돈을 좀 쓰더라도 빠르게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소 개발이 늦더라도 최소의 비용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등을 현업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현업의 개발 요구사항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 역시 어렵지만 중요하다. 비용 절감에 대한 부분은 너무 많은 논의가 이뤄져 생략한다.

 품질에 있어서는 목표를 나름대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애율이나 응답시간 등은 결과가 바로 나오지만 고객만족도나 이용자 편의성은 주관적이고 평가 방법의 왜곡으로 조작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요구사항을 내놓는 사람들(기획이나 마케팅 부서)보다는 현장에서 시스템을 사용해 고객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평가해야 진정한 혁신 척도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결국 실행이 중요하다. 매일매일의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이란 한낱 공염불일 뿐이다. 또 혁신의 밑그림을 그려놓았더라도 제대로 된 잣대를 적용하지 못한 혁신은 말잔치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기극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진짜 혁신의 주역이 되고 싶으면 나 스스로부터 혁신해야 한다.

 hclee@lgdac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