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 개막 나흘째인 10일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선진국이 지원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규모와 지구온난화 책임 소재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치했다.
위칭타이(于慶泰) 중국 외교부 기후변화협상 특별대표는 현재의 온실가스 문제는 선진국이 야기한 것이며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지원은 부자들의 자선 행위가 아니며 선진국의 법적, 역사적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토드 스턴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일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죄책감, 죄과, 배상 따위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박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조너선 퍼싱 미국 협상대표도 앞서 이번 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적정한 몫을 감당하겠지만, 개도국들은 언제든 원할 때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 중인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이날 재정지원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 차가 코펜하겐 기후회의를 좌초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소로스는 선진국들이 개도국 지원금으로 제안한 연간 100억 달러는 충분치 않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그는 개도국 지원 문제와 관련해 부분적인 해결방안을 생각해냈다면서 경색된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중 일부를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 자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1회 지원금으로 1천억 달러가량의 자금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도국의 온난화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지원규모를 실질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부족한 것은 정치적 의지”라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특히 미국이 협상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의지를 모으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개도국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U 회원국이 지금까지 약속한 지원금은 약 44억달러. 영국은 8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EU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을 비롯해 덴마크, 벨기에 등도 지원을 약속했다.
경제대국 독일도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 규모의 지원을 약속할 예정이라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EU는 10일 브뤼셀에서 개막한 정상회의에서 2010-2012년 3년간 개도국에 총 9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