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부산 영상·IT산업

 ‘영상·IT가 부산의 전략산업이 맞나?’

 부산 4대 전략산업의 하나인 ‘영상·IT산업’이 부산시의 홀대와 정책 혼선 속에서 뚜렷한 좌표를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역의 IT·CT 기업들은 부산시가 수년 전부터 4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놓고도 ‘전략산업다운’ 전략이 없고 정책 지원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하며 시 차원의 육성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영상·IT’라는 전략산업의 명칭부터 여전히 논란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지만 영화 및 영상물 제작 중심의 영상산업과 선박 및 물류IT 솔루션 개발 중심의 IT산업이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2개 산업을 두루뭉실하게 묶어놨다는 문제 제기다. 올 초 부산시가 10대 전략산업을 선정하면서 ‘선택과 집중 없이 모든 신성장 동력산업을 뷔페처럼 끼워넣었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해당 전략산업의 담당부처도 명확하지 않다. 영상·IT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사안별로 과학기술과, u시티정보화과, 영상산업과 등 서너 개 부서를 찾아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전략산업으로서의 영상·IT산업에 대한 문제는 부산지역 산업기술로드맵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최근 부산시가 마련한 3단계 부산지역 산업기술로드맵(RTRM)에 따르면 영상·IT 분야에서 정작 영상·IT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제가 거의 없다. ‘영상·IT’라 하면 영화, 방송 콘텐츠, IT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 국비를 대거 투입하는 영상·IT산업의 R&D 과제는 ‘초정밀 융합부품’을 핵심으로 기계나 주물, 금형, 선박용 부품 등에 집중돼 있는 것. 고효율 에너지 변환 및 제어기기, 지능형 제어부품, 그린에너지시스템으로 나눠 추진하는 세부 R&D 과제는 영상·IT업계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영상업계의 불만은 더 크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콘텐츠마켓, 최근의 G스타 개최까지 1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까지 소요되는 전시성 행사는 여럿이지만 지역 영상기업의 콘텐츠 개발이나 제작 역량을 높일 수 있는 R&D는 스타프로젝트 등 연간 수억원에 불과한 지원과제뿐이기 때문이다.

 공기정 네오테크놀로지 사장은 “아예 서울로 올라가 투자나 지원 과제를 따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 CT산업 R&D의 대부분이 대학 등에서 정부 지원사업을 확보해 추진하는 것이고, 시 자체의 R&D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산업진흥사업이 지역 제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보니 그렇게 됐지만 향후에는 영상·IT업계의 현실에 맞는 R&D 과제를 발굴해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