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침몰직전이있던 한국경제호가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힘있게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경쟁국과 비교되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경제가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위기 경영의 교본처럼 평가되고, 주기적으로 떠돌던 위기설도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비아냥댔던 외국 언론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2009년은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경제의 심장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한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경제팀은 저금리 기조와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으로 투자 및 소비위축을 최소화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이 결과 한국 경제는 지난해의 전례 없는 자본유출과 급격한 수출 감소의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당국의 포괄적인 재정, 통화, 금융 정책적 대응이 민간수요 주도의 경기회복을 이끌어내는 발판이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 수준으로, 내년 성장률은 5% 내외로 공식 상향조정했다.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시 전망치인 올해 -1.5%와 내년 4%보다 최소 1%포인트(p) 이상씩 각각 높아졌다.
국제기구들도 한국경제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8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10월에 전망한 올해 -1.0%, 내년 3.6%에서 각각 올해 0.25%, 내년 4.5%로 상향 조정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플러스 성장(0.1%)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성장률은 OECD 국가중 가장 높은 4.4%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시스템도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무역의존도와 외환시장의 개방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올해에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원·환율이 사상 유례없이 폭등하고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연일 폭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긴급조치가 취해지면서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 나갔다. 은행과 금융회사들도 임금삭감과 비용절감을 통해 사상 유례없는 ‘군살빼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바닥을 면치 못했던 은행권의 수익성이 다소 회복됐고 은행들도 흑자 기조를 회복했다.
올해 금융위기의 충격과 함께 금융권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금융 업종간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은행과 보험, 카드 등 업종별 경계가 완화되면서 금융회사간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 종합금융, 신탁 등으로 분리되어있던 자본시장이 하나로 통합되어 투자은행으로 거듭나면서 이제 은행의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않은 고객들은 더 이상 은행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됐다. 은행과 증권사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급여통장 경쟁이 본격화됐고, 은행과 보험사는 퇴직연금보험 판매를 두고 ‘영업전쟁’을 펼쳤다.
올해 주식시장의 첫 출발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800선까지 폭락해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힘겹게 출발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외국인의 매수세와 자동차, IT업종등 수출업종의 뚜렷한 약진으로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며 지난 9월 1700선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한국증시가 9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 편입에 편입돼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