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계는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한 해였다.
지난 8월 온 국민의 시선은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집중됐다.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의 첫 발사가 이루어지는 순간 전국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나로호는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서 궤도 진입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한러공동조사위원회가 궤도 진입 실패의 원인을 조사 중이며 연말까지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목표이지만 끝내 실패 원인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2차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어 다시 한번 우주 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꿈이 실현될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반기 과학계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핫 이슈로 부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시됐던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중심으로 자족기능을 갖춘 과학 자족도시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계획 아래 준비 작업이 진행돼왔다.
그러나 세종시 행정도시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이 표면화하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계류중인데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국무총리실은 세종시를 과학교육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과학계에서는 ‘과학계의 입장이 배제된 채 과학벨트가 정치적인 배경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교육과 과학 부처 통폐합에 따른 불만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과학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과학기술계가 예전에 비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가 과기계 안팎에서 이슈거리로 제기됐다.
출연연 통폐합 역시 MB 정부 들어 과학계를 내내 술렁이게 만들었던 핵심 현안이다. 현재 지식경제부는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의 통폐합에 대한 방안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기초기술연구회는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최근들어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를 아우르는 출연연 발전방안 민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짓는다는 출연연 발전방안이 출연연의 기존 틀과 연구성과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