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무역은 대단했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신음을 앓는 동안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불황을 이긴 한국의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 ‘사상 최초로 전세계 수출순위 10위권 진입’ 두가지 큰 성과를 거뒀다.
올해 무역흑자 규모 예상치는 420억달러. 종전 최고치인 1998년 390억달러에 비해 무려 30억달러 증가했다. 수출은 3620억달러, 수입은 3200억달러 가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수출 특징으로는 IT종목의 약진을 꼽는다. IT 3총사인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속 상승하며, 한국 수출 선전에 크게 기여했다. 올해 4대 수출 상품중에 이들 3개 상품은 나란히 2∼4위를 기록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지난해보다 수출이 25.3%나 대폭 상승해, 타 업종의 감소와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10월말 기준 이들 빅3 IT제품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도 25%에 육박했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속에서도 꾸준한 기술개발을 펼쳐온 우리 IT기업들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D램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9.6%에서 올 2분기 61.0%로 올랐고, LCD 역시 지난해 2분기 44.5%에서 올 2분기 55.4%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글로벌 수출 톱10에 당당히 국명을 올렸다. 1∼9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은 2601억달러로 9위다. 지난해 12위에서 1년만에 영국(2586억달러, 이하 9월말 현재) 캐나다(2335억달러) 러시아(2082억달러)를 제쳤다. 1981년 세계 20위권에 들어선지 28년만의 쾌거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수출역군들의 활약 상을 볼 때 쉽사리 10위권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13.3∼17.1%를 내다봤다. 이는 우리와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국(11.7∼15.0%) 캐나다(8.7∼13.6%) 러시아(9.0∼13.9%)에 비해 높다.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이탈리아(4.5∼5.0%) 벨기에(5.6∼9.6%) 등과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우리 무역 환경은 그리 달갑지 않다. 경제 회복과정에서의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그리고 신흥개도국들의 견제 등은 분명 부담이다. 하지만, 올해 보여준 저력을 볼 때 내년 수출 4000억달러대 재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선희 KOTRA 통상조사처 처장은 “경제위기 시기에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 한국제품의 위상이 제고되고 시장점유율이 확대됐다”며 “앞으로 세계 경기회복 진행으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