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컨설팅기관 에너지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를 통해 “피크오일(원유생산의 정점)이 2030년 이전에 올 가능성이 높다”며 석유대체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또한 석유의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가격상승은 당연하고 산유국들이 더 이상 석유를 수출하지 않는 ‘자원의 무기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GDP·경상수지 감소, 물가 상승을 겪은 전 세계가 석유로 인한 ‘공멸’의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정연료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내 총 생산 에너지의 43%를 석유에 의존하면서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석유대체기술을 통한 청정연료의 개발이 어느 나라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 선진기업의 장벽을 넘어라=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청정연료분야는 석탄을 가스화한 합성석유(CTL:Coal to Liquids)와 합성천연가스(SNG:Synthetic Natural Gas), 중소형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합성석유로 전환하는 기술(GTL), 해조류를 원료로 석유 대체 가능 바이오연료(바이오 에탄올과 바이오 부탄올)를 생산하는 기술로 크게 나뉜다.
CTL에서 현재 확실하게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이 유일하다. 그러나 사솔은 기술 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일부 국가와 입맛에 맞는 조건으로 합작만을 고집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 핵심기술 개발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현재 일일 생산량 0.1배럴급 가스화 및 액화기술을 개발해 2011년에는 일산 15배럴 규모의 국산 CTL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산 300배럴급 파일럿 공정이 완성되면 우리 기술로 CTL 공장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TL기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솔이나 셀 등 대형회사 들이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합작회사를 만드는 방식만 채택하되 기술의 재사용은 금지하는 등 기술이전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GTL 합성연료 시장 또한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나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했을 때 기술개발을 통한 상업화만 이루어진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중소형 가스전 활용을 목표로 석유공사가 주도한 사업에서 한국화학연구원이 일산 0.1배럴급 GTL 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2011년에 일산 1배럴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다음 단계로 일산 100배럴 급 파일럿 공정이 완성되면 곧바로 배위에서 합성석유를 만드는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SNG분야에서는 포스코가 1조원을 투자해 광양에 연간 50만톤의 SNG를 생산하는 실증 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의 SNG 실증단지는 국내 청정석탄기술의 거대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양바이오 분야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의 공급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양산설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바이오에탄올의 경우 혼합 휘발유 공급에 필요한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아직 국내에서는 수송용 에너지로 사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3년 연안양식장을 조성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해 국내 휘발유의 5%를 해양바이오연료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관련법 개정과 지원으로 힘 실어줘야=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핵심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계의 목소리다. CTL 및 SNG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값싼 저급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전략광물에 저급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산업용 원료 광물 중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한 6대 광물(철광석·니켈·동·아연·우라늄·유연탄)에 한해서는 일반융자, 성공불융자 및 국고보조금 등의 정책자금과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저급탄인 갈탄의 경우 석탄의 분류에 속하지만 연료탄·원료탄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광종에 포함되지 못해 융자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양 바이오연료와 관련해서는 바이오에탄올·바이오부탄올 등의 연료를 바이오연료로 인정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 법규상 바이오연료로 인정되는 물질은 에탄올·ETBE(Ethyl tertiary butyl ether)·바이오디젤로 한정돼 있다.
또한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촉진 차원에서 자국 생산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과 일몰제 세제적용, 현행 관세율(공업용 에탄올 8%, 주정용 에탄올 10% 등)을 휘발유(1%)에 필적하도록 관세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하루빨리 시행되야 한다.
특별취재팀 주문정팀장 green@etnews.co.kr 함봉균·유창선·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