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업체들이 일본의 벽을 넘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부 업체는 세계적인 일본 장비 기업을 제치고 PCB 종주국인 일본에 장비를 납품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품소재와 함께 대표적인 대일 무역적자 확대 요인으로 꼽히는 기계·장비 분야에서 PCB 장비가 수출 유망 품목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PCB 검사 장비와 부품업체인 기가비스(대표 김종준), 트라이비스(대표 박민호), 인곡산업(대표 김성규) 등이 자체 개발한 제품을 발판으로 일본 등 세계 PCB 장비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기가비스는 사장을 포함한 전체 종업원이 34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대만 PCB 최대 공급업체인 난야에 PCB 패턴 검사 장비를 납품했다. 수량은 적지만 수출액은 100만달러를 넘었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이스라엘의 오버텍이나 일본의 스크린 등 세계적인 장비업체와 경쟁해 따낸 결과라는 점이다. 특히 기가비스는 쟁쟁한 일본 업체를 제치고 지난 2004년부터 일본 최대의 PCB 업체인 이비덴에 AOI 검사장비를 공급해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기가비스가 뚫기 어렵기로 유명한 일본 업체에 장비를 공급한 것은 연구개발(R&D)에 집중한 결과다. 이 회사의 서보현 과장은 “사장을 포함해 직원 80%가 연구원으로 이뤄졌다”며 “회사 설립 이후 꾸준히 R&D에 투자한 것이 다양한 해외 매출처를 확보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트라이비스는 PCB 검사장비 중에 포토 검사장비를 특화해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올해 100만달러 규모의 포토검사 장비를 중국 PCB 업체에 수출했다. 이미 지난 2006년부터 일본 대형 PCB업체에 장비를 공급해오고 있다. 트라이비스에서 포토검사 장비를 공급받기로 한 일본 PCB업체는 다른 검사장비는 이스라엘 오버텍, 일본 스크린, 캔텍 등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각종 포토마스크 데이터를 AOI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시켜 장비 사용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맞아떨어졌다. 안민혁 트라이비스 경영고문은 “포토 검사장비 시장이 150억원 안팎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품 특화를 통해 경쟁 업체를 제쳤다”며 “내년에는 급성장하는 중국 PCB 시장을 중심으로 200만달러 이상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곡산업 역시 PCB에 구멍을 뚫는 드릴비트로 세계 시장 선점에 나섰다. 마이크로 드릴비트는 그동안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쓰던 장비로 인곡산업은 국산화로 약 20% 점유율을 확보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춰 지난해 말 일본에 소량 공급을 개시했다. 내년에는 1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자신했다.
특히 이 회사는 초정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기와 공동으로 지름이 0.105㎜인 비트 제작에 성공했고 올해 30억원을 투자해 0.09㎜, 0.075㎜ 초정밀 드릴비트 양산 설비를 갖췄다.
여수동 인곡산업 영업이사는“10여년 전 도시바와 합작법인을 세워 기술을 전수받았는데 이제 역으로 일본에 수출하게 됐다”며 “일본이 불황을 겪으며 외국 기업에도 문을 연 만큼 이에 대비해 제품 신뢰를 쌓아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