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부품 조달가 10% 인하 움직임 보여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입지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노키아가 부품·제조 등 하드웨어 비용 절감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연말 부품 공급가 협상에서 부품 협력사들에게 많게는 10%선까지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노키아의 제조 효율화, 휴대폰 모델 수 축소 등에 따라 국내 부품 협력업체까지 후폭풍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본지가 핀란드 현지 기관을 통해 입수한 노키아 운영 효율화 전략에 따르면 앞으로 노키아는 부품·제조 등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대신, 콘텐츠·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투자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휴대폰 모델 수 축소, 신흥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단말기 가격 인하, 효율적인 제조와 물류 비용 절감 등이 골자다.

노키아는 이달 초 ‘노키아 캐피털 마켓데이’ 행사를 통해 이같은 효율화 방안과 협력사 재조정 등에 대한 정책을 협력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말 공급가 협상에서 인하 압력을 강하게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협력사들도 연말 공급가 협상에서 노키아의 정책 변화 기조를 체감하고 있다. 국내 협력사들은 연말 협상에서 5∼10% 정도 공급가 인하를 감수해야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세트업체들이 분기별로 공급가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노키아는 신규 채택한 부품의 경우, 6개월 정도 공급가 협상을 유예하는 등 협력업체의 이익을 일정 기간 보장해줬다. 그러나 이번 협상부터 관련 정책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키아 국내 협력사들은 마이크로폰, 휴대폰 안테나, 휴대폰 케이스 등 하드웨어 위주의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핵심 부품들도 한국에서 공급되고 있다.

국내 한 협력사 관계자는 “연말 협상에서 노키아가 5∼10% 정도의 공급가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담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오랫동안 자동설비 구축 등 고정비 절감에 힘써왔기 때문에 그 정도 인하폭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키아의 협력사 재조정을 기술 차별화, 비용 절감을 통해 오히려 일본·대만·중국 등 경쟁국 업체를 따돌리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품업계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공급가 인하의 타격을 받겠지만 고정비 절감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면서 “국내 협력사들에 비해 미국, 유럽 협력사들의 타격이 더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노키아 내 국내 협력사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 확대에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효율화 전략에서 노키아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뉴 솔루션’ 부서를 내년 가을에 신설키로 했다. 이 부서의 주된 목적은 기기와 서비스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급 라인을 뚫는다면 향후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의 수혜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