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은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이 13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MIT대 석좌교수인 새뮤얼슨이 이날 벨몬트의 자택에서 급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역사상 경제학 원론 교과서로는 최고 베스트셀러인 ’경제학’의 저자이기도 한 새뮤얼슨은 1930년대 말부터 60대까지 경제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새뮤얼슨은 케인스 경제학과 신고전파 경제학을 종합한 신고전파 종합이론을 확립했다.
그는 경제학을 수학적으로 분석했으며 정학과 동학적인 이론 등 이론경제학과 복잡다단한 응용경제학 분야에서 폭넓게 활약하면서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렸다.
새뮤얼슨은 세계 경제학계에 대한 공로로 1970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새뮤얼슨은 경제이론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동시대의 어떤 경제학자들보다 더 많은 기여를 했다” 선정 이유를 밝혔고 새뮤얼슨은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해 인정받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내놨다.
새뮤얼슨의 저서 ’경제학’은 1948년 첫 출간 이래 지금까지 제19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장수하는 학부생의 ’교과서’로 자리를 잡았고 전 세계 27개국어로 출간돼 약 400만부가 판매됐다.
새뮤엘슨은 또 5권의 저서 외에도 생산이론에서부터 소비자 선택, 국제무역.금융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주제를 다룬 수 백편의 논문을 발표했을 만큼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쳤다.
1915년 인디애나주 게리에서 태어난 새뮤엘슨은 아버지가 약사로 활동했던 시카고에서 하이드파크 고교를 졸업했고 16세의 나이로 시카고대학에 입학했으며 1935년에 학사를 마치고 하버드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쳤다.
1940년 MIT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정교수가 됐고, 그가 대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 중 로런스 클라인, 조지 애컬로프,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3명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이 경제학을 처음 접했던 1932년에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을 정도로 경제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학생 시절 시카고대를 다니면서 교실에서 배웠던 것과 창문 밖에서 또는 거리에서 들었던 것의 차이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하는 등 자유무역의 신봉자였던 새뮤엘슨은 2000년 중국과의 교역확대를 주장했던 149명의 학자 중 한 사람이었고 이는 결국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촉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세계화가 미국의 생환수준을 반드시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새뮤엘슨의 제자였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폴 새뮤엘슨은 경제학의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한 명”이라면서 “나는 그의 다른 많은 학생 및 동료와 함께 ’경제학계의 거물’의 사망을 애도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새뮤엘슨은 같은 경제학자의 길을 걸었던 로버트 새뮤얼슨의 동생이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맡고 있는 로런스 서머스가 조카다.
유족으로는 첫번째 부인과 사별한 뒤 만난 두번째 부인 리샤와 6명의 자녀 및 15명의 손자, 손녀들이 있으며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되나 MIT는 공개 추도회를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