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대행한 증권사 직원이 아무런 통고도 없이 주식을 거래해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더라도 고객이 본인 계좌를 장기간 확인하지 않았다면 피해액의 60%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대성)는 정모(46.여.회사원)씨가 우리투자증권 직원 주모(47)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인정된 손해액 2천670여만원 중 40%인 1천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정씨는 2006년 평소 알고 지낸 주씨의 권유로 우리투자증권 거래계좌에 3천여만원을 입금했고 이후 주씨가 에너지 관련 중소업체 B사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 폭락으로 약 2천900만원을 잃자 ’통고도 없이 임의 매매를 했으니 피해를 전액 배상하라’며 올해 9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사 주식을 거래하며 주씨가 사전 동의나 사후 통지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되나, 정씨가 원금 잔고 및 주식 보유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장기간 계좌를 방치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해의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씨는 주씨를 통해 대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다 2007년 6월12일 “시황이 부담스러워 보유 종목을 모두 팔겠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씨는 일주일 만에 계좌의 돈 3천190여만원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B사 주식을 한 주당 2만3천300원에 대거 매수하고도 이를 정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B사 주식은 하락을 거듭해 작년 8월 말 1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올해 8월 자본잠식률 50%가 넘어 매매거래 정지처분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주가 670원 상태로 상장 폐지됐다.
주씨는 주가가 계속 내려가도 정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거나 매도 권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정씨는 올해 3월에야 이 문제를 알고 항의했다.
재판부는 피해액을 2007년 주씨가 B사 주식을 산 때와 지난 3월 정씨가 항의한 시점 사이의 계좌 잔고 차인 2천670여만원으로 계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