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 중인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미국과 중국의 대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4일 AP·가디언·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가 선-개도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래 경제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더 이상 개도국으로서 ‘특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미국이 중국에 비해 과도하게 규제를 받을 경우 미국의 생산 비용 증가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미국 재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누구든 문제를 만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영국 등이 중국에 자금을 지원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최근엔 개도국 진영에 있는 다수의 아프리카 정상들이 코펜하겐 총회 정상회의 불참을 경고해 합의문 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프리카의 한 협상 대표는 “선진국들이 회의 마지막 날 많은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원하지만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상들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대표단은 정상들이 도착하기 전 온실가스 감축량, 개발도상국 재정지원 등 주요 안건에서 합의를 이뤄 최종 합의문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90개국 이상의 환경장관들은 휴회일인 13일(현지시간)에도 비공식 회담을 갖고 주요 이슈에서 이견 좁히기에 나섰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중국과 인도 등은 선진국이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과 개도국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개도국들이 과감한 감축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회의 참가국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회의장 밖에서는 환경단체 등에서 참석한 수만명의 시위대가 각국이 구속력 있는 협정에 하루빨리 합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