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 실망… 희망….’
세계 경제 위기 한파가 휘몰아친 2009년 한국 정보기술(IT)업계는 정부의 굴곡 깊은 정책에 일희일비했다. IT를 불황의 구원투수로 삼아야 한다는 열망은 ‘디지털 뉴딜’이라는 신조어로 표출됐다. 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도 힘을 실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로 대변되는 ‘전통적 뉴딜’에 ‘디지털 뉴딜’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디지털 뉴딜’을 향한 열망은 희망의 싹을 틔웠다. IT특보 신설, IT 5대 미래전략 수립,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출범 등 업계와 학계는 이 때문에 ‘디지털 뉴딜’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은 값진 절반을 얻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업계와 학계가 뭉친 한해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올해 상반기 IT·정보화 관련 업계는 롤러코스트를 탄 기분이었다.
지경부 등 IT 관련 부처가 경기 침체 돌파 해법으로 슈퍼 추가경정예산에 ‘디지털 뉴딜(SW 뉴딜)’ 정책을 대폭 반영할 뜻을 내비쳤다. IT서비스·SW업체들을 중심으로 민간 아이디어를 수렴하면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디지털 뉴딜 예산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IT 예산은 4대강 살리기 등 국책사업에 후순위로 밀리면서 결국 3000억원대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업계와 학계에서 성명서까지 내며 ‘디지털 뉴딜’의 정당성을 설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망한 전문가들은 세계 최강의 IT강국은 이젠 모래성이 될 것이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4월 22일 이명박 대통령과 IT업계 관계자 간담회가 성사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IT정책은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IT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달라는 업계의 주문에 이 대통령이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기 때문이다. 결국 ‘IT대통령특별보좌관’이라는 새로운 자리가 청와대에 만들어지면서 업계는 다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MB정부의 IT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9월 2일 미래기획위원회가 마련한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 발표로 하이라이트를 맞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이날 발표회장에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IT’라는 슬로건도 붙었다.
정부는 이날 2013년까지 총 189조3000억원(정부 14조1000억원, 민간 175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MB정부 IT전략 마스트플랜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전에 나왔던 정책을 재탕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정부 특히 청와대가 ‘홀대받던 IT’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관심은 최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출범에도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민간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보화전략위원회가 형식적인 위원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1년에 한두 번 회의를 하고, 대통령을 만나 얘기하고 헤어지기에는 (정보화전략위원회가) 너무나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올해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MB정부의 IT정책은 여전히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 관심이 시작됐을 뿐 본격적인 변화와 정책 추진은 내년부터 점점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IT·SW업계는 정부의 굴곡 큰 정잭 변화와 별도로 지경부·행안부 등이 올해 지속적으로 추진한 공공기관 정보화 발주제도 개편에 후한 점수를 두고 있다. 올해 의무화를 강화한 SW 분리발주로 중소 SW업체들의 수혜가 이어졌다. 행안부가 기술심사평가 강화를 뼈대로 내놓은 ‘전자정부 입찰평가 개선안’ 역시 A플러스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이런 좋은 제도도 아직 초창기라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새해에는 올해 ‘절반의 성공’을 알차게 채우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활발한 소통이 중요한 상황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