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시스템 `ITSSI`로 글로벌시장 공략”

“번역 시스템 `ITSSI`로 글로벌시장 공략”

 “IT 강국을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매뉴얼과 사업계획서 등 자료 번역도 우리나라·우리 기업의 손으로 처리돼야 합니다.”

 박희선 팬트랜스넷 사장은 지난 10여년간 산업 전문 번역사업만 고집해 온 인물이다. 국내 기업의 자료 번역은 국내 번역사가 해야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기업문화와 언어에 대한 자국인의 이해도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 유출 가능성 때문이다. 번역 작업을 하다 보면 주요 핵심 기술을 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대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휴대폰·와이브로·자동차·국방 등 그동안 기술 유출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기술 유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도 대부분이 사내 자료 번역을 해외 전문 번역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그 자료들은 번역사의 DB로 남게 되고, 작업 할당이라는 명목으로 외부에 노출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이나 제품 생산 과정에서 철통 보안을 통해 막고 있는 기술 유출이 번역이라는 의외의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술 유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외 번역사에 의존하는 것은 국내 번역업계의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다.

 박희선 사장은 “번역 분야는 가장 손쉬운 창업 영역이다 보니 회사도 많은 편이고, 기업들도 번역에 큰 돈을 들이지 않으려 한다”며 “번역 분야는 현재 업체 간 극심한 경쟁에 따른 출혈 가격으로 구색 맞추기식 번역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팬트랜스넷은 2002년 월드컵 당시 공식 번역회사로 이름을 알렸고, F15 전투기의 매뉴얼을 번역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대기업 번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번역공정관리 특허 시스템인 ‘ITSSI’는 회사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ITSSI’는 번역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시스템화한 솔루션으로, 인트라넷에서 관리자의 통제 아래 각 번역가들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한다.

 박 사장은 “‘ITSSI’는 번역의 표준화는 물론이고 인트라넷 작업으로 자료 유출의 걱정이 전혀 없다”며 “특히 그동안 산업 번역을 통해 축적한 전문용어 DB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앞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사진=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